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뒷부분인 제6장이다. 저자는 기독교적인 가치관에서 도출되는 정의론(正義論)을 설파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아름다움과 희망을 결론으로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부심과 위엄을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준다.”(322쪽)
정의는 결핍을 채워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존엄을 살리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사를 주관하는 이가 하나님이라면, 내가 굳이 희생을 해가며 정의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월터스토프는 350쪽에 걸친 책의 마지막 대목에서 화가 렘브란트가 제자들에게 한 말을 인용하며 종말론적 희망을 당부한다.
“나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다. 나를 믿어라. 나는 너희가 게으름을 피우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너희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할 것이다. 너희가 하는 일은 나의 작업을 위해 중요하다. 나를 믿어라.”(346쪽)
이 책은 ‘정의를 향한 여정(Journey toward Justice)’이라는 원서의 제목 그대로 기독교적인 정의가 무엇인지 때로는 논리적으로, 때로는 경험담을 근거로 차분하게 모색해간다.
어쩔 수 없이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정의라는 주제를 파고든다는 점은 같지만, 방향은 다르다. 저자는 마이클 센델의 시조격인 존 롤스의 정의론에 비판적이다. 롤스가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균등한 분배를 정의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월터스토프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부여한 형상 때문에 존엄하게 살 자격을 가진다는 권리론을 내세운다.
저자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정책을 직접 목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다가 롤스의 정의론에 한계를 느끼고 기독교적인 정의론을 정립하게 된다. 정의는, 학대 받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서 시작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가는 사랑의 행동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다소 복잡한 개념조작과 논리로 기독교적 정의론을 추론해 가지만 지루하지 않고 힘 있게 논리가 전개된다. 저자가 오랫동안 제3세계의 정의를 위해 노력해온 경험과 그 과정에서 겪은 고민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과 희망을 결론으로 제시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역사와 사회, 미학, 세계정세에까지 내용이 걸쳐 있어 기독교적 인문학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정의란 하나님 형상을 회복해가는 사랑의 행동"
입력 2017-05-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