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보유 1억원 넘는 계좌 313개

입력 2017-05-02 19:03

초등학생(만 7∼12세)이 가지고 있는 잔액 1억원 이상 계좌가 3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증여나 차명계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2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세 이상 13세 미만 어린이가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 계좌는 254만6737개다. 전체 잔액은 2조7955억원이다. 계좌당 약 110만원의 잔액이 든 셈이다. 초등학생이 세뱃돈이나 용돈을 꾸준히 모았다면 마련이 가능한 액수다.

반면 잔액 1억원을 넘긴 계좌도 적지 않았다. 7세 이상 13세 미만이 소유한 계좌 가운데 1억원을 초과하는 계좌는 313개로 전체 잔액은 742억원에 달했다. 평균 잔액은 2억3700만원이다. 이는 국민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의 4배에 육박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6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613만원이었다.

은행별로는 KEB하나은행이 62개(잔액 138억7300만원)나 되는 ‘금수저 계좌’ 고객을 보유해 시중은행 가운데 선두였다. KB국민은행(56개·137억2400만원)이 뒤를 이었고 신한은행(49개·114억9700만원), 우리은행(41개·96억1200만원)도 40개가 넘었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미성년자(만 20세 미만) 보유 1억원 이상 계좌수는 지난해 말 759개에 달한다. 2011년 12월 말(372개)보다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잔액도 같은 기간 830억원에서 1813억원으로 커졌다.

이런 ‘금수저 계좌’의 문제점은 불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상당수 계좌가 거치식 예금이나 적립식 예금보다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 쏠려 있어 차명계좌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두 의원은 “잔액 1억원 이상의 어린이 계좌는 일반적인 용돈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불법 증여나 차명계좌 의혹이 있는 만큼 당국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