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 리포트] ‘개혁 칼날’ 피할 수 없는 檢
입력 2017-05-03 05:02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만 놓고 보면 검찰의 위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각론에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검찰이 현재 쥐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데는 후보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도 후보 5명 중 4명이 찬성 입장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어떨까.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2일 “검찰개혁은 국민여론이 지지하고 있고 박근혜정부의 실패라는 교훈도 있다. 국회와의 협력도 무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개혁은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선거 때마다 제시돼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은 검찰 대신 경찰에 힘을 실어준다. 검찰 수사권과 함께 청와대 경호실의 대통령 경호 업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경찰로 이관한다. 대신 경찰위원회 운영을 실질화하고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지방분권을 이뤄낸다는 게 문 후보 구상이다. 신두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후보의 공약은 경찰 권력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어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통령의 검찰 인사 개입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법무부의 주요 보직을 검사가 독점하는 일이 없도록 일반직이나 개방형 직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오 교수는 “안 후보의 검찰권력 견제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검·경 개혁 관련 정책 공약이 미흡하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차관급(검사장)만 46명인 검찰 직급을 정비하고 이른바 ‘정치 검사’는 철저히 색출해 문책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과 경찰을 동등한 수사기관으로 인정하고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장 교수는 “홍 후보의 검·경 개혁안은 실행이 어렵지 않지만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는 공약은 그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방검찰청장 직선제를 내놨다. 소속검사의 인사권도 주민이 뽑는 검사장이 가진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검사장 직선제는 전체 여론과 해당 지역 주민의 영향을 따로 받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수사청’ 설립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다.
고위공직자만 전담으로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홍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찬성하고 있다. 홍 후보는 대신 대통령 측근 비리 차단을 위해 특별감찰관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치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던 국정원도 수술대에 오른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과 수사 기능을 없애고 대북·해외·테러·국제범죄만 전담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명칭도 ‘해외안보정보원’(문 후보) 또는 ‘해외정보처’(심 후보)로 바꾼다. 유 후보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은 금지하되 수사권은 남겨두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와 홍 후보는 국정원 개혁 공약을 확정하지 않았다. 안 후보 측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한다는 원칙만 세워둔 정도다. 홍 후보 측은 국정원 개편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글=조성은 기자, 일러스트=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