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 리포트] “대통령 권한 축소” 한목소리… 방법론은 5인5색
입력 2017-05-03 05:01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현행 대통령제 개선을 정치개혁 공약의 첫머리에 내세웠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돼 구속 기소되는 사태에 이르자 대통령제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후보들의 대통령 관련 공약은 ‘5인 5색’이다. 개편 수위부터 목표 시기까지 후보와 정당 성향에 따라 적잖은 차이가 보인다. 특히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려면 개헌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20대 국회의 정당별 의석 분포, 정치세력 간 협치 가능성 등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공약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통령제 공약은 다소 모호하다. 문 후보가 “현행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정도다. 문 후보 측은 정책공약집에서 “개헌 관련 공약을 고집하지 않고 국민 의견에 따른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제 개편안은 개헌 추진 과정에서 확정하겠다는 얘기다.
대신 문 후보 측은 대통령의 탈권위를 위한 상징적 조치에 집중했다. 대통령 업무공간이자 관저인 청와대, 별장인 경남 거제시 저도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는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밀실·정실 인사가 없도록 ‘인사추천 실명제’를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문 후보 공약은 기본적으로 민심을 반영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민의를 집약할지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론도 있다. 최임광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면 경호와 청사 관리만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청와대와 대통령은 물론 정부 자체의 권한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고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입법과 예산 편성을 사실상 국회가 독점토록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 권력 독점을 야기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보다는 헌법 개정으로 실현 가능한 부분의 비중이 높다. 다른 정당과의 타협과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홍 후보는 이원집정부제, 유 후보는 4년 중임제 개헌과 ‘인사탕평’ 내각 구성 등을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개헌과 관련, 대통령 권력구조보다는 선거제도 개선과 사회·경제권 강화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지역주의 해소, 사표(死票) 방지를 위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은 지난해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 다시 등장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심 후보가 공약으로 냈다.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선거제도 개편보다는 국회의원 특권 축소에 집중했다. 두 후보 모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없애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 성향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에 비교적 박한 점수를 줬다. 장우영 교수는 “홍 후보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개혁 의지가 잘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국정실패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은 정당개혁과 당내 민주주의 실현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두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 후보는 정치개혁 분야에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지 않다”고 했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국민일보 대선 후보 공약평가교수단=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평가교수단장),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경희 서울문화예술대 상담심리학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김선근 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김수정 서울문화예술대 사회복지학과, 신두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안성수 창원대 행정학과,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석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조승현 전북대 행정학과, 최임광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총 16명·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