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투표 종료 시점까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유권자들은 앞으로 6일 동안 당선자를 예상할 수 있는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수 없는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지,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여부가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지율 변화를 모르는 깜깜이 선거 국면에 접어든 것은 유권자뿐이다. 각 후보 캠프에선 매일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의 흐름을 체크한다. 발표를 못할 뿐이지 조사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여론조사 결과를 유권자만 모르는 정보 단절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중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여론조사와 관련된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 홍수 사태는 이미 현실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4월 인터넷상의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단속한 결과 18대 대선 때보다 5배가 넘는 3만여건의 가짜 뉴스가 적발됐다. 이런 판국에 여론조사 공표까지 금지됐기 때문에 여론조사 형태로 포장된 온갖 가짜 뉴스가 더욱 판을 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후보 진영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쏟아낼 게 틀림없다. 과거 대선 때도 각 캠프들이 “우리 후보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는 막판 선전전을 벌여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과거 악습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는 1994년 공직선거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대통령 선거의 경우 22일 동안으로 제한했다가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일 6일 전으로 단축됐다. 승산이 있는 쪽으로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나 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언더독 현상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여론조사 공표 금지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정보 부재로 인해 유권자들은 혼란을 겪으며 가짜 여론조사 뉴스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알 권리와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일일수도 있다. 유권자들 사이의 정보 격차만 더 벌어지게 할 뿐이다.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상당수 국가에선 여론조사 공표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유권자의 알 권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차원에서다. 또 스스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유권자들의 의식도 높아졌다.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문제라면 이를 보정하는 방법은 찾으면 된다. 응답률 10% 미만의 여론조사의 경우 발표를 제한하고, 자격미달 여론조사기관을 걸러내는 인증제 도입을 추진해볼 만하다.
[사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조항 폐지할 때 됐다
입력 2017-05-02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