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최충희 사모] “말씀은 삶의 자양분 가족이라는 나무 뿌리 깊어졌습니다”

입력 2017-05-04 00:03
최충희 사모가 최근 서울 마포구 성지로 양화진책방에서 사역했던 미국 세인트루이스 한인장로교회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우리는 모두 가족이라는 나무에서 나온 가지다.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다. 나무가 하나님에게 뿌리내리고 있다면 가지는 하나님을 향해 자랄 것이다. ‘희망 온 에어’(홍성사)를 낸 최충희(62) 사모를 최근 서울 마포구 성지로 양화진책방에서 만났다. 최 사모는 하나님으로부터 삶의 자양분을 끌어 올려 살며 이웃을 위로해온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진지한 표정과 유쾌한 웃음이 다 잘 어울리는 그녀는 남편 서정곤(67) 목사와 함께 미국 세인트루이스한인장로교회에서 사역했다. 퇴임 후인 지난해 초 34년간의 타국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 전남 여수로 돌아왔다. 책에는 신앙 가족 교회에 관한 글 30편이 실려 있다.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하트앤서울 라디오에 발표했던 원고다.

첫 글은 골육종(뼈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야기. “암 말기 판정을 받고 떠날 준비를 했어요. 유서를 쓰고 옷장을 정리하고…. 이 땅의 것은 하나님 나라에서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제 안에 가장 소중한 보물은 예수 그리스도였어요.”

다행히 뼈암은 오진이었고 병은 악성 림프종으로 판명 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영혼의 병이 발병했다고 한다. “저는 하나님 앞에서 ‘사나 죽으나 나는 주님의 것입니다. 저는 언제든지 하나님 앞에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라고 고백했어요. 그러다 굳건한 제 믿음에 도취돼 스스로를 믿음의 용사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믿음 큰 자’라는 신앙적 교만을 발견한 뒤 최 사모는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하나님 앞에 이보다 더 큰 죄악이 있겠습니까. 나의 의(義)가 나를 구원하고 있노라 여기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지 않았던 것을 사죄했습니다.” 구원에 대한 확신이 교만으로 변질된 것을 자각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은 얼마나 될까. 드물 것이다.

이 믿음은 어느 나무에서 자란 것일까. “제가 열두 살 되는 해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고 아버지는 재혼했습니다. 어머니는 이후 하나님을 만났고 제게 믿음의 본이 돼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 새 어머니와 화해하셨습니다. ‘내가 자네한테 섭섭하게 한 것 있으면 용서해주기 바라네’라고 하시면서.” ‘어머니의 용서’ 편에 나오는 얘기다.

최 사모는 한때 미워했던 아버지와 새 어머니에게 전도를 했다. 그녀는 새 어머니에게서 ‘충희야 고맙다. 하나님을 아는 행복을 전해 주어서!’라고 편지를 받기도 했다. 사범대를 졸업한 최 사모는 1982년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갔다. 남편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신학교에 진학했다. 목사 안수를 받고 94년부터 목회를 했다.

“봉제공장 같은 데 다니면서 유학 뒷바라지를 했죠. 남편이 목회자가 된 뒤엔 사모 역할을 했고요.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도 있지만 희생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나님이 세워준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집에서 사람들을 모아 성경공부를 인도했고 사모가 된 뒤에는 교회에서 북클럽을 운영했어요.”

부부가 목회를 시작했을 때 세인트루이스한인장로교회 출석 교인은 50명 안팎에 불과했으나 마칠 때는 600명이 넘는 이 도시 최대 한인교회로 성장했다. 어머니로부터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은 최 사모는 외동딸 은아(38)씨에게 무엇을 물려주었을까.

“부모도 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미약한 인간이지 않습니까. 시편 1편에 악인의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지만 복 있는 사람은 시냇가의 나무와 같다고 하잖아요. 자녀가 하나님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땅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최선입니다. 부모는 하나님 안에서 고민하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딸의 편지’ 편에 나오는 교훈이기도 하다. 은아씨는 아버지가 공부했던 신학교에서 상담학을 공부한 뒤 두 아이를 키우며 이 분야에서 활동한다. 최 사모는 얼마 전 미국에 있는 딸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성장하는 것처럼 보여.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최 사모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모양이다.

그녀의 책을 읽는 이들은 이 답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라는 대지에 뿌리 내리려 애쓰는 사람에게서 믿음의 가지가 뻗어 나가는 걸 보여 주니까.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