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인세 덜 내려다… 철퇴 맞은 르노삼성차

입력 2017-05-02 18:32 수정 2017-05-02 21:34

르노삼성자동차가 법인세를 아껴보려고 동원한 절세 전략이 법원에서 철퇴를 맞았다. 르노삼성차는 완성차에 탑재돼 팔린 엔진 소득액을 정비용으로 신고해 3년간 감면받았던 세금 258억원을 토해내게 됐다.

대법원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르노삼성차가 북부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2003년 12월 정부로부터 전자제어식 엔진의 조세 감면을 승인받았다. 외국인투자 기업의 ‘고도의 기술을 수반하는 사업’으로 인정되면 조세를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것이었다.

문제는 감면 대상인 엔진의 시가를 계산하는 방법이었다. 르노삼성차는 2008∼2010년 정비용으로 대리점에 판매되는 엔진 가격을 시가로 보고 과세 당국에 신고했고, 이 가격을 토대로 조세를 감면받았다.

그러나 2013년 르노삼성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은 이런 계산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간에 팔린 정비용 엔진은 12대에 불과한 반면 완성차에 탑재돼 판매된 엔진은 43만4996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감면 대상인 엔진을 대부분 비감면 대상인 완성차에 얹어 팔아놓고 엔진만 따로 떼어내 팔았다는 식의 세금 계산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법원은 르노삼성차 측의 계산법에 따를 경우 세금 감면 폭이 부당하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2008∼2010년 르노삼성차의 전체 매출액 중 감면사업(엔진) 비중은 10% 안팎이었다. 다시 말해 1000만원짜리 차를 팔면 엔진의 매출액은 100만원가량인 셈이다. 하지만 법인세 산정의 근거가 되는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2008∼2009년 르노삼성차가 신고한 소득금액 중 감면사업 비중은 70∼80%대였다. 43만여대의 엔진 판매소득을 모두 정비용 가격 기준으로 계산하면서 감면사업 비중이 치솟은 것이다. 2010년에는 아예 비감면 대상인 완성차 판매로는 손해를 봤는데 감면 대상인 엔진을 팔아서는 영업이익을 냈다고 신고했다.

결국 국세청은 최종 제품인 완성차 원가에서 엔진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뒤 완성차 판매가격에 곱하는 방식(원가비례법)으로 엔진 시가를 재산정해 258억여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르노삼성차는 국세청의 계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2004년 감면사업 소득 계산 방식을 질의했고, 르노삼성 측의 계산법은 그에 대한 국세청 회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심 부품인 엔진과 나머지 완성차 부품의 마진율에도 차이가 있어 원가비례법은 적절한 계산 방식이 아니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불과 12대 판매된 정비용 엔진 가격을 시가로 인정할 수 없고, 원가비례법에 따라 새롭게 엔진 가격을 산정한 국세청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결 결과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감면사업 소득액을 계산하는 방식에 있어서 국세청과 이견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