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연중무휴

입력 2017-05-02 17:32

뱅어포처럼 압축될 각오를 하고 올라탄 지하철이 의외로 한산해서, 황금연휴가 시작되었음을 체감했다. 도로도 막힘없이 흐르고, 급격히 데워진 기온을 보면 봄조차 휴업을 선언한 듯하다. 확실히 인구밀도가 줄어든 도심 한복판, 걷다보면 내일의 여행에 대한 말, 또 휴일도 없다고 투덜거리는 말이 들려온다.

작가는 연휴와 크게 상관없는 직종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확실히 그런데 심리적으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평일보다는 주말이 좋고 연휴에 목숨 건다. 휴일엔 사람만 쉬는 게 아니라 길도 쉰다. 운송의 부담을 고루 나눈다고 해야 할까, 늘 붐비던 도로가 한적해지고 한적하던 도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다만 아쉬운 건,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은 너무 길어서 어쩌다 찾아오는 휴일에 과중한 부담이 쏠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모두가 과로하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의 ‘빨간 날들’까지도 과로하고 있다.

일 년 중 한 달 이상을 통으로 쉬는 식당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소설이 아니고 기사여서 진짜로 그런 식당을 찾아야 했는데, 이미 그런 식당을 두 곳이나 알고 있다는 게 그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 식당들은 매년 한 달간 식당 문을 닫고 메뉴 개발과 재충전을 위한 휴가를 가졌다. 손 안 대고 코 푼 느낌이랄까, 여유를 부리고 있다가 섭외 전화를 걸었을 때 두 식당 모두 ‘올해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한 곳은 올해부터 ‘연중무휴’로 일한다고 했다. 한 달을 통으로 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그 식당의 연중무휴 결정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달 내용은 당신들 식당 때문에 잡았던 건데요, 하고 따질 수도 없고(상의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뒤늦게 조건에 부합하는 다른 식당을 찾느라 애를 먹었고 취재는 다행히 잘 마쳤지만, 그 이후 나는 ‘쉬는 시간’을 가진 식당, 유리문에 ‘쉽니다’라는 메모를 내건 식당을 보면 응원하게 된다. 이 거대한 연중무휴의 사회에서 그렇게 쉼표를 찍는 게 얼마나 힘든 결정인지 알기 때문이다.

윤고은(소설가),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