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사드 비용’ 아전인수 해석? 알고도 모른 척?

입력 2017-05-02 05:00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재협상 발언이 가라앉는 듯했던 사드 비용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직접 나서서 “기합의된 내용을 재확인했다”는 청와대 설명과 다른 입장을 밝히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드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면서 주요 안보 이슈에서 양국 간 소통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한국 당국자에게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란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와 관련한 문제는 모든 동맹국들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매스터 보좌관 발언은 청와대의 전날 발표와 상반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의 통화 후 나온 청와대 자료에는 ‘재협상’과 관련된 언급이 빠져 있다. 청와대는 맥매스터 보좌관 발언을 직접 인용하지 않고 기합의된 내용을 재확인했다고만 소개했다. 만약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이 맞다면 청와대는 재협상과 관련한 언급은 빼놓고 기존 합의 준수에만 방점을 찍어 자료를 낸 것이 된다.

청와대는 맥매스터 보좌관 인터뷰가 알려진 1일에도 “인터뷰 내용은 한·미 간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맥매스터 발언 중 “기존 협정은 유효하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 이뤄진 합의에 방점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거론하며 “사드 비용 분담 문제는 재협상할 사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사드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논란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논란 확산에 부담을 느껴 맥매스터 발언을 우리 측 입장에 맞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사드 비용을 직접 청구하는 대신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거세게 요구할 것이란 우려도 강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 재협상 관련 문제를 다소 모호하게 거론하는 것을 보면 방위비 분담금 전반에 대한 인상 요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 더 많은 역할을 지우도록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미 양국 안보 수장이 직접 통화했는데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부 간 원활한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사드 비용 청구를 언급했을 때 그는 한국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 행정부에서 서로 다른 말이 나오는 현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주요 인사 간 메시지가 엇갈리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정책이나 장관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동맹국 지도자들이 불안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민주당은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종료’ 발언을 부적절한 대표적 언행으로 지목했다.

김현길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hg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