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주굴기에 정가 블루칩 뜨는 ‘우주방’

입력 2017-05-02 05:02

중국의 ‘우주굴기’(宇宙?起·우주로 우뚝 섬)는 거침이 없다. 지난해 9월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2호 발사에 이어 10월엔 2명을 태운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를 쏘아올려 톈궁 2호와 도킹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화성에 착륙하는 탐사선을 보내고, 2022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도 건설한다. 중국이 우주과학 분야에서 ‘G1’ 국가의 꿈을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공직에도 ‘우주계(航天系)’를 발탁하며 ‘우주굴기’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우주계는 최근 정계 진출이 두드러지며 과거 ‘석유방’(石油幇·석유업계 출신 정치세력)처럼 ‘우주방’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저장성에서 위안자쥔(袁家軍·55) 부서기가 대리성장을 맡게 된 것도 ‘우주 인력’ 중용의 일환이다.

중국 언론들은 처쥔(車俊) 저장성장이 당서기로 승진하면서 위안 부서기가 성장을 맡게 됐다고 1일 보도했다. 위안 성장은 우주개발 분야에 천착한 테크노크라트다. 2012년 우주개발 분야 공기업인 중국 항천과학기술그룹(중국항천) 부총경리를 지낸 뒤 닝샤자치구 부주석을 거쳐 2014년 7월 저장성으로 옮겼다. 중국항천에선 유인우주선 공정과 달 탐사 공정 등을 지휘했다. 1999년 37세의 나이에 유인우주선 선저우 발사의 부총지휘를 맡아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당시 그에겐 ‘우주 소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부총리급인 왕융(王勇·62) 국무위원도 우주계 출신이다. 왕융은 중국항천에서 정치부 부주임, 인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국영기업을 관장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을 거쳐 2013년 국무위원에 올랐다.

중국 지방정부에서는 중국항천 출신 4명이 서기나 성장에 올라 있다. 장칭웨이(張慶偉·56) 헤이룽장성 서기가 우선 눈에 띈다. 서북공업대학에서 항공기 설계를 전공한 그는 30년간 항공우주 분야에 몸담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중국항천 총경리였던 2002년 마흔한 살의 나이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에 당선됐고, 2007년 중국 최초의 달 탐사위성인 창어(嫦娥) 1호 발사를 성공시켜 국민적 찬사를 받았다.

마싱루이(馬興瑞·57) 광둥성장도 하얼빈공업대학 박사 출신으로 중국항천 총경리를 지냈다. 그는 2013년 12월 달 탐사위성을 처음으로 달 표면에 안착시킨 프로젝트의 총지휘자였다.

천추파(陳求發·63) 랴오닝성장과 쉬다저(許達哲·61) 후난성장도 항공우주계에서 평생을 보낸 기술관료다.

아울러 중국항천 외에 중국 국영 군수기업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는 등 이른바 군수계(軍工系·군수방)의 약진도 눈에 띈다. 중국 병기공업그룹 총경리 출신의 장궈칭(張國淸) 충칭시장, 중국전자과기그룹 총경리 출신의 왕즈강(王志剛) 과학기술부 서기, 중국항공공업그룹 출신의 하오펑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서기 등이 최근 부상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우주방이나 군수방 같은 특정그룹의 약진은 특정 정파를 상징하던 과거 권력집단과 달리 테크노크라트를 양성하려는 의지에 따른 것이어서 예전의 파벌 구도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