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뿐 아니라 대기업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있다. 31개 대기업집단(그룹) 가운데 ‘빅4(삼성·현대차·SK·LG)’가 전체 순이익의 73%를 차지했다. 자산총액 기준으로 최근 8년간 상위 1∼6위의 순위에 변화가 없는 등 역동성도 떨어지고 있다.
공정위거래위원회는 1일 ‘2017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현황’을 발표하고, 이들 기업의 매출액이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31개 대기업집단의 올해 기준 매출액은 1118조원으로 1년 전보다 9조원 줄었다.
다만 자산규모별로 나눠 보면 상황은 다르다. 4대그룹(삼성·현대차·SK·LG)의 매출액 감소율은 8.8%에 불과했다. 반면 중위그룹(5∼10위)과 하위그룹(11∼30위)의 감소율은 각각 15.7%, 23.3%나 됐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삼성(8조원)이었고, 롯데(5조3000억원)와 한화(3조1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4대그룹이 전체 대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매출액 비중은 절반(56.2%)을 넘어섰다. 이 비중은 5년째 상승 중이다. 당기순이익에서 72.7%는 4대그룹의 몫이었다. 자산총액도 4대그룹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렇다보니 상위그룹의 순위 고착화 현상 역시 이어졌다. 자산총액 기준 1∼6위 그룹의 순위는 2010년 이후 고정된 상태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2009년 롯데가 포스코를 앞선 이후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로 이어지는 순위에 변함이 없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상위 10대그룹의 순위 변동은 없었다. 10위권 밖에선 신세계와 한진이 순위를 바꿨다. 신세계는 스타필드고양 등 회사 신설로 14위에서 11위로 올라섰다. 한진은 한진해운 파산 등으로 3단계 내려갔다.
지난해 9월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는 기준이 상향되면서 1년 전에 비해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대기업집단은 크게 감소했다. 지정 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높아졌고 공기업이 빠지면서 대기업집단은 지난해 4월 말 65개에서 31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다만 대기업집단 기준이 상향된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하면 28개에서 31개로 되레 늘었다. KT&G, 한국투자금융, 하림, KCC 등 새롭게 4개 그룹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이들 그룹은 부동산 매입과 보유주식 가치 상승으로 자산이 증가했다. 현대는 계열사 매각에 따른 자산 감소로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상향하면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빠진 자산 5조∼10조원 사이 기업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에 한정돼 있다. 공정위는 규제망을 벗어난 이런 기업들을 오는 9월 말까지 공시대상 기업집단이란 이름으로 신규 지정해 감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카카오, 셀트리온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4대 그룹이 순이익 73% 차지… 대기업도 양극화
입력 2017-05-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