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다시 솟구쳤다, 4월 510억 달러로 역대 2위

입력 2017-05-02 05:01

반도체와 선박의 선전으로 4월 수출이 전년 대비 24.2%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했다. 월별 수출실적으로는 역대 두 번째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확보, 글로벌시장 회복 등 수출 여건이 개선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선박 수출 ‘반짝 상승’이라는 단기 호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예상한 기업들의 ‘제품 밀어내기’로 나타난 일시적 증가라는 지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통관 기준)은 510억 달러, 수입은 37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 16.6%씩 증가했다. 수출액 510억 달러는 2014년 10월(516억 달러)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2.3% 반등한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고 두 자릿수 증가율도 4개월째 계속됐다.

산업부는 우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게 증가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주력 13개 중 9개 품목의 수출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는 역대 2위인 71억4000만 달러, 일반기계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제조용 자동화 설비 수출로 역대 4위(4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평판디스플레이는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국이나 중국에 의존하던 수출 구조도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됐다. 세계경제와 교역의 회복도 한몫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전망을 3.4%에서 3.5% 상향 조정했고, 세계무역기구(WTO)도 세계 교역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불안한 호황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현재 FTA 체결로 한·미 양국 기업들은 0∼1%의 관세를 물고 있지만 FTA를 폐기할 경우 WTO 규정에 따른 최혜국 관세를 물어야 한다. 실제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가능할 때 최대한 물량을 많이 밀어내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민우 수출입과장은 “한·미 FTA 폐기는 미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밀어내기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5월 연휴를 앞두고 기업들이 통관 물량을 늘렸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수출 규모 자체가 큰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출 이벤트에 힘입은 반짝 호조라는 해석도 나왔다. 선박은 지난달 고부가가치 선박인 해양가스생산설비(CPF) 등 해양플랜트 2척 포함 총 24척을 수출해 사상 최대치인 71억30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올렸던 2014년 10월 당시 선박 수출은 45억3000만 달러였다. 정부는 선박에 의존한 수출 호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선박을 제외해도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16.8%)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