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0)은 한국프로야구(KBO)에서는 대표적인 강속구 투수였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도 최고 시속 93마일(153㎞)의 빠른 공으로 타자를 윽박질렀다. 이듬해까지 직구 평균 구속은 92마일(147㎞). 그렇게 류현진은 빠른 공과 간간히 섞는 변화구를 사용하는 투피치 투구로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빅리그에 연착륙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5년 5월 어깨 수술 후 상황이 달라졌다. 투수의 생명인 어깨에 칼을 댔으니 당연히 구속이 떨어졌다. 올 시즌 첫 경기인 지난달 8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류현진의 평균 구속은 90마일(145㎞), 두 번째 등판이었던 4월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선 89마일(144㎞)에 불과했다. 구속이 떨어지니 직구는 그야말로 상대 타자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렇게 류현진은 승리 없이 4패만 떠안았다. 이대로 끝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지난달 19일 콜로라도전에서 3패째를 당한 류현진에게 직구를 줄이고 체인지업과 커브 등 변화구 구사율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류현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효과를 봤다.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류현진은 전체 96구 중 이전 경기까지 50%를 넘나들던 직구 구사율을 32%까지 줄이는 대신 체인지업을 42%로 높였다. 커브도 18개(18%)나 섞었다. 비록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6이닝 1실점으로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를 달성했다.
자신감을 얻은 류현진은 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경기에서도 이 같은 패턴을 다시 가동했다. 나아가 같은 변화구라도 상대타자의 유형에 따라 비중을 조정해 혼란을 가져오게 했다. 필라델피아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집중 대비하는 경향을 보이자 체인지업 비중을 이전 경기보다 살짝 낮추고 결정적일 때 커브와 슬라이더를 활용했다.
9개의 탈삼진 중 비중이 17%였던 커브로 절반에 가까운 4개를 잡았다. 회심의 결정구가 자이언츠전에서 체인지업이었다면 필리스전에서는 커브였다.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89마일(144㎞)의 평범한 직구도 위력을 더했다. 류현진의 야구지능이 돋보인 부분이다.
기교파 투수로의 변신은 대성공을 거뒀다. 류현진은 이날 5⅓이닝 3피안타 2볼넷 1실점하며 팀의 5대 3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5번째 선발 등판 만에 거둔 첫 승이며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마지막 승리를 거둔 뒤 무려 973일 만에 기쁨을 누렸다.
류현진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다시 승리하는데) 이 정도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기분이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계속해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변화구 제구가 잘 되고 있다. 처음부터 자신 있게 던진 게 커브였는데 오늘도 다른 공보다 커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리안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는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미네소타와 경기 이후 2경기 만에 시즌 3호포를 가동한 추신수는 4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변화무쌍해진 괴물 류현진, 첫 승 ‘꿀꺽’
입력 2017-05-01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