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뚫리고 말문 트인 빅스비… 카톡·T맵도 되네

입력 2017-05-01 18:20

“카카오톡으로 홍길동에게 늦는다고 보내줘.”

갤럭시S8 왼쪽 옆에 있는 빅스비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하자 카카오톡이 실행됐다. 친구 목록에서 ‘홍길동’과 비슷한 이름의 친구 목록이 떴다. 원하는 친구를 누르자 ‘늦는다’는 문구가 자동으로 입력됐다. 문구를 확인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 메시지가 전송됐다.

1일부터 갤럭시S8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의 음성 인식 기능이 시작됐다. 한국어 음성 인식이 기대 이상으로 뛰어났고 카카오톡, T맵, 페이스북 등 외부 앱과 연동도 가능해 빅스비의 성공적인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갤럭시S8에 기본 탑재된 앱 중 빅스비 음성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갤러리, 연락처, 전화, 카메라, 날씨 등 10여개다. “카메라 실행” “아침 7시에 알람 설정해줘” “오늘 날씨 알려줘” “지금 보는 화면 캡처해줘” 같은 일상적인 기능은 말 한 마디로 실행할 수 있다. 여기에 ‘빅스비 실험실’을 통해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T맵, 카카오내비 등도 일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가 음성명령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 3000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명령에 대한 비슷한 표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용자의 말하는 방식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빅스비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음성 서비스의 경우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입력해야 하는데 반해 빅스비는 자신이 알아들은 데까지 작업을 수행하고 이후에 어떤 일을 할지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한다. 사용자는 끊김 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빅스비 음성 서비스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AI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에 AI 음성 서비스가 탑재된 건 갤럭시S8의 빅스비가 처음이다.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상용화했지만 미국, 독일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도 개발 중이지만 상용화 시점은 미정이다. 네이버가 ‘네이버아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에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베타 버전(시험용 소프트웨어)이다.

빅스비의 성공 여부는 음성인식률과 외부 서비스 연동에 달려 있다. 빅스비는 아직 사람이 쓰는 말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문구를 말해야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빅스비는 딥러닝 기반의 학습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못 알아듣는 말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을 통해 알아듣도록 진화할 수 있다. 사용자가 쓸수록 데이터가 축적돼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빅스비는 현재 10개의 외부 앱과 연동되고 있지만 앱의 모든 기능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원하는 앱의 모든 기능을 빅스비로 온전하게 쓸 수 있어야 빅스비의 활용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사용자들이 외부 앱에서도 빅스비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