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글썽거리는 것 같더니 금세 울먹였다. “저, 왜 이러죠. 아이고, 죄송해요.” 지난달 다녀온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룸컴퍼니 최임선(37·여) 대표는 “그 협곡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죽은 물고기와 조개 화석 등을 봤는데 이를 통해 노아 홍수의 실재를 확인했다”며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강하게 느껴지더라”고 전했다.
눈물을 닦으려고 서랍장에서 곽티슈를 꺼냈다. 빈 통이었다. “하필 지금 휴지가 떨어졌네”라더니 곽티슈 3개 묶음을 통째로 가져왔다. 잘 뜯어지지 않는 비닐 포장을 어렵게 벗겨내더니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서울 성동구 하룸컴퍼니 사무실에서 28일 만난 최 대표는 엉뚱하면서도 격의 없이 소탈했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질문 하나에 여러 에피소드를 장황하게 꺼내 놨다. 하지만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명확했다. 지금 하나님께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하룸컴퍼니는 설탕 대체용 천연감미료인 ‘꽃당’을 제조 유통하는 회사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섬의 코코넛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 만든다. 설탕과 당도는 비슷하지만 각종 미네랄과 아미노산, 비타민이 풍부하고 혈당지수도 현저히 낮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하룸컴퍼니는 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서울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 성도인 최 대표는 2014년 인도네시아 단기선교 현장에서 이 감미료를 알게 됐다. 인도네시아 선교사인 정창렬 목사의 엘오아시스교회에서 발견한 이 감미료를 구입해 교회 성도들에게 선물했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정 선교사에게 원료 공급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최 대표는 ‘꽃당’ 브랜드를 출범했다. 당시 그는 인도네시아 커피 머신을 수입 판매하고 있었다.
하룸컴퍼니는 매출액의 5%를 선교사 후원과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최 대표는 “우선 정 목사의 선교사역을 후원하고 있다”면서 “꽃당의 수입 및 판매와 정 목사의 선교사역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선교 모델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지원한다. K청소년사랑의봉사단 활동을 도우며 기아대책과 함께 필리핀 몬탈반 지역에 우물도 팠다.
최 대표는 “아직 매출이 많지 않아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구호에 그치지 않고 계속 실천할 것”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눔의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가 나눔에 적극적인 것은 그도 역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의 이혼으로 잠시 고아원에서 지냈다. 2012년 쌍둥이를 낳고 사업과 가정 일을 병행할 때도 지치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때 성락성결교회에서 하나님을 제대로 만난 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최근 기독경영인 모임인 ‘경영자피드백미팅’을 통해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그랜드캐니언 방문도 이 모임에서 알게 된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등 기독 경영인들과 함께였다.
그는 “허벅지까지 붕대로 감을 정도로 심한 다리 염증 때문에 고생했는데 현장에서 하나님의 실존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씻은 듯이 나았다”고 간증했다. “이성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번 선교여행을 통해 멀리 있는 하나님이 아닌 곁에 계신, 친구 같은 하나님을 만났어요. 이전에는 하나님을 믿어야 했기에 믿었다면 이제는 그냥 믿어지게 됐어요.”
그는 “그때부터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한국에 도착해 휴대전화를 켰더니 큰 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와 있었다. 수도권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급식용으로 꽃당 3t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하룸컴퍼니는 물에 타서 먹거나 그냥 먹을 수 있는 스틱형 꽃당을 곧 출시한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 회사를 어떻게 인도하실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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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