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美 ‘사드 비용’ 두 목소리… 트럼프 계속 ‘치고’ 맥매스터 ‘빠지고’

입력 2017-04-30 17:58 수정 2017-04-30 21:33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한국의 부담을 주장한 반면 백악관 고위 인사는 미국이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최대치를 얻어내기 위한 ‘의도된 혼선’ 또는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적어도 ‘빈말’이거나 ‘실수’가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는 30일 보도자료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전 9시에 35분간 통화를 하고 사드비용 발언 논란과 관련해 기존의 양국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 합의는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사드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10억 달러(약 1조1353억원)인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8일 워싱턴타임스와는 “사드 비용을 왜 우리가 부담하느냐. 한국 보호용인데 한국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로이터 통신 인터뷰 때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또는 폐기할 뜻을 거듭 밝혔다.

일련의 흐름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바람이건, 요구이건 한국으로부터 뭔가를 얻기 위한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구사한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정상이 아닌 것처럼 비치게 해 상대를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협상술이다. 그런 와중에 맥매스터 보좌관 발언처럼 ‘템포 조절’용 전술을 적절히 섞어 판 전체를 깨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사드나 한·미 FTA에서든,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뭔가 실리를 챙겨가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 유럽을 상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무용론을 꺼내든 뒤 결국 중국과 나토가 미국에 더 협조하도록 만든 것도 비슷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장사꾼’ 협상 스타일이 동맹국에는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는 CNN방송에 “사드 배치는 동맹 간 안보 협약이지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며 “한국과의 동맹관계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김현길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