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닭꼬치를 팔며 학생들의 추억이 된 노윤호(62)씨가 20년 만에 노점상을 접고 떠났다.
노씨는 지난 16일 건강상 이유로 이대 앞 노점상 ‘내 영혼의 닭꼬치’ 영업을 그만둔 뒤 다음날 이대 학생을 통해 이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내 영혼의 닭꼬치 아저씨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노씨는 이 글에서 “이대 앞의 아름다운 풍경이 되고 싶다고 희망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그렇게 염원하던 그런 저는 지루한 풍경이 되었고 오히려 이화인들이 나의 아름다운 풍경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네요”라며 이대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노씨는 문을 닫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는 1997년 ‘내 영혼의 닭꼬치’ 운영을 시작했다. 출판사에 다니다가 외환위기가 터지자 실직하고 길거리 분식 장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의 따뜻한 인심과 닭꼬치 맛에 ‘내 영혼의 닭꼬치’는 이대앞 명물로 떠올랐다. 이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노씨의 따뜻한 말과 돈을 받지 않고 덤으로 주던 떡을 기억했다. 김나은(26·여)씨는 “아저씨가 공부하는 거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봐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며 “아저씨가 힐링을 많이 해주셔서 많은 학생들이 그곳 닭꼬치를 ‘솔푸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씨로부터 가게를 인수한 이승우(45)씨는 ‘이대 닭꼬치’로 이름을 바꿔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간다. 이씨는 “노 사장님이 일궈놓은 걸 그냥 갖다 쓰기가 미안해 이름을 바꿨다”며 “노 사장님이 워낙 이미지를 잘 쌓아둬서 부담이 많이 된다. 노 사장님이 만든 좋은 이미지를 망칠 수 없어 떡을 무료로 주는 등 서비스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윤성민 권중혁 기자 woody@kmib.co.kr
이화여대 앞 명물 노점상 ‘내 영혼의 닭꼬치’ 문 닫아
입력 2017-05-0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