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1월 23일)로 시작해 전 세계 대상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4월 29일)까지. 29일로 출범 100일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에 두고 보호무역주의를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임기 초 정책 밀월기간을 소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일간 30건이 넘는 행정명령을 남발하며 정책 변화의 충격파를 일으켰지만 의회와의 협조는 매끄럽지 않았고 이민 관련 제한 시도는 법원의 집행중지 결정에 막혔다.
한국은행은 30일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을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20일 임기 시작 후 불과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TPP 추진을 철회한다고 밝히고, 이어 무역적자국에 대해 90일간 전면조사를 실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재앙’이라거나 ‘끔찍한 협정’이라고 비난하며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미국의 모든 교역 대상국 및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취임 100일 허니문 기간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서명 이후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180일 내에 미국 이익에 반하는 무역협정을 조사해 보고서 형태로 발표하게 된다.
한은 송수혁 미국유럽경제팀 조사역은 트럼프의 100일을 ‘3T’로 불렀다. 트랜지션, 터뷸런스, 투 트랙 내셔널리즘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과 대부분 반대로 가긴 하는데, 세부 사항은 정해지지 않은 과도기(Transition),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으로 주요 정책 시행이 중단되는 불확실성(Turbulence), 대외 정책에선 보호무역 중심의 무역·통상 고립주의와 외교·안보에선 정반대로 적극 개입하는 투 트랙 자국중심주의(Two Track Nationalism)이다.
코트라(KOTRA)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번복을 꼬집으면서도 중국 일본처럼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나오자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유예시킨 바 있으며, 일본은 미국에 4500억 달러의 투자와 7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미국이 한·미 FTA에 대해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을 향한 통상 압박은 이와 상관없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부장관 역시 한·미 FTA 재검토를 언급했지만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긍정 평가한 바 있다. 코트라는 “한·미 FTA 재협상과 관계없이 자동차·철강·전기전자 산업 위주로 통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우성규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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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정책 번복·협박으로 ‘허니문 기간’ 소진… 트럼프 행정부 ‘경제 100일’
입력 2017-05-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