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필리핀의 밀착

입력 2017-04-30 18:02 수정 2017-04-30 21:16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과 필리핀이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30일 중국 해군 함대가 7년 만에 처음 필리핀에 도착해 3일간 머물 예정이라고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중국 함대는 미사일 구축함 ‘창춘’과 프리깃함 ‘징저우’, 보급함 ‘차오후’ 등 3척으로 구성됐다. 중국 함대는 해군 창설 68주년인 지난 23일 상하이를 출항해 180일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의 20여개국을 방문하는 원양 항해에 나섰다. 중국 함정이 정박한 곳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장을 지냈던 민다나오섬 다바오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이후 동맹인 미국에 대한 군사의존을 낮추는 대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교류를 늘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 해군 함정들도 필리핀 해군과 합동훈련을 위해 마닐라를 방문했다.

중국 함정의 필리핀 방문은 26∼29일 마닐라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직후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의 의장이 바로 두테르테 대통령이다.

이런 탓인 듯 당초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 고조와 중국의 군사기지화에 대한 우려를 담기로 했던 의장성명은 결국 진통 끝에 발표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회원국 외교관들을 인용, “마닐라 주재 중국 외교관들이 성명 초안에 담겼던 남중국해 인공 섬 조성과 군사기지화에 관한 언급을 빼기 위해 강력한 로비를 벌였다”고 전했다. 아세안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성명에 ‘중국’이라는 국가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한 국제중재 판결도 언급하지 않는 등 배려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담기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마찰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한 논의는 쓸모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영유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중국해 행동수칙(COC) 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의 ‘현상유지’에 무게를 둘 경우 기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조치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회원국의 반발이 거세 COC 제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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