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중소기업부를 만든다면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문을 열더라도 현판식에는 안 오셨으면 좋겠어요.”
생기지도 않은 부처를 두고 세종시 공무원들은 최근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다. 대선 주자들이 중소기업 육성을 명분으로 일제히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자 2013년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래부의 경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유일하게 부처 현판식에 참석할 정도로 애정을 가졌다. 그러나 현판식 참석은 오히려 낙인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대선 후 사라질 부처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이 미래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내부에선 이미 이삿짐을 싸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개별 공무원의 고민도 깊어졌다. 중소기업부가 새로 생길 경우 인력 이동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로 파견 나갔던 한 부처 관계자는 “당시 미래부가 생기면서 모든 사람에게 파견근무를 제안했는데 다들 거절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다 승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기업부 신설을 두고 또 다른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는 부처 특성상 중소기업부와 업무 중복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업무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중소기업부가 생기면 4차 산업혁명은 물론 산업부 업무를 나눠줄 수밖에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무가 줄면 조직은 작아지고 예산도 줄어든다”면서 “조직의 위상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삽화=전진이 기자
[관가 뒷談] 中企部 승격공약에 세종시 촉각 곤두
입력 2017-05-0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