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촛불이 만든 조기 대선… 후보들, 광화문 외침 잊지말라”

입력 2017-04-30 18:22
대선을 열흘 앞둔 29일 마지막 촛불이 타올랐다. 촛불을 든 시민 5만여명은 대선 후보들에게 그동안 광화문광장의 목소리를 잊지 말라고 주문했다. 촛불이 우리 삶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3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재벌을 개혁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등 적폐청산을 외쳤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외침이 대선 정국에서 잊히면 안 된다”고 밝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단상에 올라 “1700만 촛불이 만든 조기대선인데, 촛불민심은 사라지고 권력다툼만 계속된다”며 “우리 삶을 바꾸는 대선이, 시민과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적을 기습하듯 사드를 배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해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교무는 “정부가 그동안 끊임없이 말을 바꿔가면서까지 사드장비를 들여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뜸 10억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다”며 “1조2000억원어치 물건을 사고파는 게 사드 배치의 속내였던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 고(故) 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씨는 열악한 청년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앞에선 사람 마음을 감동시키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면서 뒤에선 청년들을 착취하는 방송계 관행을 아들은 개선하고 싶어했다”며 “성실히 살아가는 청년들이 꿈을 이뤄지는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대선 후보들이 청년들이 원하는 공약은 발표하지 않는다”며 대선 후보들에게 청년들을 위한 공약을 하라고 주장했다.

오후 9시쯤 본집회가 끝나자 시민들은 “사드 배치 철회하라, 사드 가고 평화 와라”라고 외치며 총리관저와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행진했다. 행진하던 직장인 박모(50)씨는 “촛불이 우리 삶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제 대선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대통령을 뽑는 게 촛불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상민(28)씨는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광장으로 나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주환 구자창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