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 기적, 평창서도 일어난다”

입력 2017-04-30 18:51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 리그)에서 2위에 올라 월드챔피언십(1부 리그) 입성을 확정지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박우상)

“우크라이나전이 끝나고 (1부 리그) 승격이 결정되자 우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게 꿈인가 싶어 서로 볼도 꼬집어 보고 그랬다.”(김기성)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최초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1부 리그) 승격을 이룬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한국은 지난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IIHF 남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 A(2부 리그) 5차전에서 게임위닝샷(GWS)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크라이나를 2대 1로 꺾었다. 승점 2점을 보탠 한국은 3승 1연장승 1패(승점 11)로 카자흐스탄과 동률을 이룬 뒤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IIHF 월드챔피언십(1부 리그) 승격 자격을 얻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승리한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백 감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정몽원 회장님을 비롯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열심히 노력했던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발전을 위해 큰 틀을 세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어깨를 다쳐 진통제를 맞고 출전하는 투혼으로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은 박우상은 “승격할 수 있다는 꿈이 있었고,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국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소득이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통하지만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다. 등록 선수가 300명도 되지 않는다. 실업팀은 3개(안양 한라·강원 하이원·대명 킬러웨일즈)에 불과하다.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했고, 마니아들만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됐다.

처음에 IIHF는 한국에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본선 출전권 부여를 주저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저변이 약하고 대표팀의 경쟁력이 떨어져 대회 수준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전력 강화와 저변 확대에 돌입했다. 캐나다 출신의 복수 국적 선수 3명을 수혈했고, 한국계 최초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경험한 백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2013년 1월 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부임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아이스하키협회는 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팀(대명 상무)을 아시아리그에 출전시켰고,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5명을 올림픽 유망주 육성의 일환으로 핀란드 메스티스(2부 리그)에 보내기도 했다.

한국의 노력을 인정한 IIHF는 2014년 10월 집행위원회를 열어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귀화한 외국인 선수들을 적극 받아들여 전력을 크게 강화했다. 백지선호는 지난 2월 끝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수확하더니 마침내 전 세계 16개국만이 나서는 꿈의 월드챔피언십 무대에 올라 캐나다, 미국, 핀란드, 러시아, 체코 등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다음 시즌 월드챔피언십 리그는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린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