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대선 후보들은 육아휴직급여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이라는 저출산 대책 공약을 내세웠지만 민간 부문 종사자의 낮은 육아휴직 사용률(34.5%)을 끌어올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공무원과 국공립 교사 육아휴직 사용률이 75%인 점을 고려하면 후보들의 공약이 자칫 ‘그들만의 잔치’로 그칠 수 있다.
육아휴직 사각지대 고민 없어
후보들은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150만∼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발표했다. 현행 육아휴직급여는 통상임금의 40%, 상한액 100만원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사회문화적인 고민은 부족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만 8세까지 1회 사용 가능한 육아휴직을 만 18세까지 총 3회 분할 사용 가능토록 했지만 입사 초년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경단녀) 문제 해결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 여성의 계약 기간에서 출산휴가를 제외키로 했지만 육아휴직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강제적 처벌 조항 마련이 아쉽다.
안철수 후보는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직장 내 불이익을 막기 위해 고용평등근로감독관을 충원하고 육아휴직 기간 해고금지 규정을 육아휴직 종료 후 90일까지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행정인력 확대가 사회 인식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홍준표 후보는 ‘육아휴직 확실한 보장’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안이 없다. 심상정 후보는 출산휴가 후 바로 육아휴직으로 이어지는 자동육아휴직제도의 법제화나 중소기업을 위한 돌봄지원인력센터 도입 등 비교적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한창근 교수는 30일 “행정인력을 늘리고 선심성 공약을 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게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하는 기업에 강력한 페널티를 주는 것”이라며 “예산 없이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임에도 민간기업 눈치를 봐야 하는 등의 이유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허준수 교수는 “민간기업에서 낮은 육아휴직 사용률을 끌어올릴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며 “육아휴직급여를 올리는 데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육아휴직 대체인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누가 아이를 낳든 잘 돌볼 수 있는 공공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동수당 도입 확실시
누가 당선되든 아동수당은 생겨난다. 문 후보는 0∼5세 아동에게 일괄적으로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며 심 후보는 0∼11세 아동에게, 안 후보는 소득하위 80% 가정의 0∼11세 아동에게 10만원을 지급하기로 공약했다. 유 후보는 초·중·고교생에게 10만원, 홍 후보는 초·중·고교생 하위 50%에 아동수당 15만원을 지급한다. 다만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이미 여러 건의 아동수당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대상 연령에 따라 5조∼16조가량이 드는 비용 마련책이 고안돼야 한다.
서울문화예술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정 교수는 “부모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자체가 빈부격차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획일적인 아동수당 지급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김동우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공약검증 리포트] 육아휴직 사용률 끌어올릴 해법이 없다
입력 2017-05-0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