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절필 3년 9개월만에 신작 발표

입력 2017-05-01 00:00

시인 안도현(56·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사진)이 절필을 선언한 지 3년9개월 만에 신작을 발표하고 창작 활동을 재개했다. 안도현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3년 7월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도 않고 발표하지도 않겠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안도현의 신작은 최근 발간된 월간 ‘시인동네’ 5월호(통권 49호)에 게재됐다. ‘그릇’과 ‘뒤척인다’라는 제목이 붙은 시 두 편이다.

안도현은 ‘그릇’에서 백년은 족히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기그릇을 보다가 느낀 감흥을 차분한 어조로 적어 내려갔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허물이/ 나라는 그릇인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또 다른 신작 ‘뒤척인다’는 막막하고 갑갑한 마음을 짧은 문장으로 전하는 작품이다. ‘차오르고 있다 켜진다 따돌린다 떼쓰고 만지고/ 다짐받고 투항하고 촐랑대는데 싸르륵거린다 내린다/ 망해도 좋아, 날 좀 내버려둬. 작렬하고 있다 모여든다….’

안도현이 절필을 선언한 시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 비방)로 기소된 직후였다.

그는 2012년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중 트위터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 도난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송사에 휘말렸다. 안도현은 1심에서 일부 유죄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범죄 의도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2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안도현의 활동 재개는 예고된 일이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 트위터를 통해 “자랑스러운 국민이 박근혜를 이겼다”며 “이제 나는 시를 쓰고 또 쓸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안도현은 지난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 99명의 시를 모은 시선집 ‘검은 시의 목록’을 엮기도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