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7일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총 42개 품목 중에서 33개 품목에 대해 총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9개 품목에 대해서는 6개월간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위장관기질종양(GIST) 등 8개 질환 약 6000명의 암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는 표적항암제 글리벡의 경우 관련 학회 등 의료임상 전문가와 환자단체 의견을 청취한 후 최종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되었다. 6000명의 암환자들이 한 달에 130∼260만원의 비급여 약값을 지불하고 글리벡을 계속 복용하거나 아니면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팩트 등 대체 신약이나 제형이 다른 글리벡 복제약으로 바꾸어 복용하는 대규모 파국만은 피하게 되어 다행이다.
이번 불법 리베이트 행정처분 관련하여 글리벡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정지 여부가 논란이 된 것은 암환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글리벡 치료로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16년째 암세포를 없애고 부작용 관리를 잘 하면서 장기 생존하고 있는 6000명 암환자들에게 강제로 글리벡을 다른 대체 신약이나 복제약으로 바꾸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암환자들은 한국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복용해 온 글리벡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을 하면 이는 글리벡을 복용하는 6천명의 암환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아울러 환자의 생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약물에 대해서는 오리지널이건 복제약이건 가능하면 중간에 다른 회사에서 나온 약으로 바꾸지 않고 한 회사에서 나온 약을 지속적으로 쓰는 것은 환자 치료의 가장 기본이다.
문제는 42개 품목 중에서 실제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을 받은 품목은 9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33개 품목은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 되었고, 그 과징금의 규모도 해당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비용 총액의 100분의 40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서 총 551억원에 불과하다. 대규모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두 번 씩
나 적발된 범죄행위치고는 과징금 액수가 너무 적다.
2014년 7월2일 국회는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행정재제 수단인 일명,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도입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2를 신설해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로 두 번째 적발되면 해당 약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정지시키고, 세 번째 적발되면 건강보험에서 아예 영구 퇴출시켜 버리는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 리베이트 제공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정지 및 제외 처분은 필연적으로 불법행위자가 아닌 해당 약제로 치료받고 있는 다수의 선량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는 해당 약제의 건강보험 적용 정지 및 제외 처분을 내용으로 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한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징수액이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2항에서 정한 “해당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0분의 40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로 돼있으나 이를 제99조 제1항에서 정한 “해당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로 개정하면 해당 제약사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수준의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은 2014년 폐지된 보건복지부고시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에 규정된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를 국민건강보험법에 신설하는 것이다. 이는 리베이트에 연동되어 있는 약제의 상한가를 대폭 인하하는 조치로써 이를 통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에 큰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약하고, 환자들도 약가가 인하된 만큼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대로 국회에서 해당 약제로 치료받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없으면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에 엄중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신속히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 연합회대표)
[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환자 피해없이 불법 리베이트 근절할 수 없을까
입력 2017-04-30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