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대선 후보들은 28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 2차 TV토론 곳곳에서 충돌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 유연성 문제와 복지 및 분배 정책 등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뜬금포 질문’으로 상대 후보를 난처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념적으로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홍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서로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거친 공격을 주고받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저는 말싸움을 잘 못하고 부족한 게 많다”면서 자신의 경제 정책을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문 후보는 심 후보와의 양자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노동 유연성 얘기를 했는데 우리나라가 노동 유연성이 없는 나라냐”고 말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홍 후보는 귀를 막고 눈을 막고 사는 분인 듯하다”며 화살을 홍 후보에게 돌렸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유승민 후보 비판에도 힘을 합쳤다. 문 후보가 심 후보를 향해 “유 후보께서 우리 쪽에 성장 방안이 없다고 했는데 중소기업 중심 경제, 신재생에너지, 4차산업혁명 공약 등 이런 게 성장 방안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동의를 구했다. 심 후보는 “지금 유 후보께선 전통적인 성장 개념만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문 후보는 지난 토론 과정에서 고압적 토론 태도를 보여 비판받았던 점을 의식한 듯 이번엔 상대방의 말을 끊는 등의 모습을 자제했다. 지난 토론에서 유 후보에게 “우리 정책본부장과 토론하시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문 후보는 “정책본부장과 토론하시라는 얘기는 사과드리겠다”며 “후보들은 큰 방향에서 토론하고 세부 수치나 토론은 정책본부장끼리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와 일본의 경제 정책에 대해 논쟁하던 중 갑자기 “안랩 주식은 왜 폭락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안 후보는 “저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주식시장은 그 나름의 논리로 움직인다”고 답변했다. 홍 후보는 “안랩은 전임 정권을 죽 거치면서 정부 지원으로 큰 회사 아니냐”고 거듭 따져 물었고, 안 후보는 “저희는 민간 매출이 더 많다”고 일축했다. 홍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칼빈스호 함선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홍 후보와 심 후보는 토론 내내 양보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심 후보는 “사실 홍 후보와 말을 안 섞으려 했는데 토론 룰은 국민들의 권리이며 홍 후보의 ‘악(惡)선동’ 때문에 토론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도 “나도 심 후보와 이야기하기 싫다. 할 수 없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자신의 강성 노조 공격을 강하게 비판하는 심 후보에게 “토론 태도가 왜 그러느냐”라고도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문 후보는 “요즘 촛불을 배반하는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면서 “정권 연장을 바라는 적폐정치 세력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도 하고 적폐 세력을 포함한 통합정부를 바라는 후보도 있다”고도 했다. 유 후보는 “국민을 믿고 끝까지 간다”며 단일화 논의에 선을 그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경제 분야 TV토론] 한편 먹은 문재인·심상정?… 홍준표·유승민 비판에 공동전선 구축
입력 2017-04-29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