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홍준표·심상정·유승민 등 주요 5개 정당 대선 후보들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28일 주관한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경제 분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억 달러 사드 비용 청구’ 발언을 놓고 물고 물리는 설전을 벌였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줄곧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포문을 열었다. 심 후보는 “돈 못 내니 사드를 도로 가져가라고 말해야 당당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말하면 사드를 되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심 후보는 앞서 “미국이 필요 없다는 물건을 야밤에 몰래 가져다 놓더니 청구서를 보냈다”며 “한국이 ‘코리아 패싱’도 모자라 ‘글로벌 호구’가 된 것은 정부의 줏대 없는 널뛰기 외교와 정치 지도자들의 무책임이 부른 참사”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 충분한 외교적 협의와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충분한 공론화와 국회 비준동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보수 정당 후보를 향한 공격카드로 활용했다. 문 후보는 “실제 여러 정당 및 대선 후보들이 사드 배치를 무조건 찬성해 버렸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사드 운용비용은 미국에서 내는 것으로 양국 간 합의가 됐기 때문에 우리가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외교적 관계를 시작할 때 ‘원 차이나’라는 기본적 가정을 흔든 것처럼 우리나라 대통령이 뽑히기 전 한·미 간 합의점을 찾아가기 위한 시도 중 하나로 본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재차 안 후보에게 “10억 달러를 부담해야 된다고 해도 한·미 간 합의사항이므로 국회 비중동의 절차 없이 이행하겠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그건 논점에서 벗어난 일”이라며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문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도 같은 논리로 공세를 펼쳤다. 유 후보는 “이미 양국 간 합의가 된 문제이므로 설득하면 안 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목적을 갖고 (우리 정부를) 찔러본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문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유 후보는 “그럼 한 개 포대를 사오면 되지, 무엇하러 10억 달러를 내고 빌려오느냐”며 “그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유 후보는 “사업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것을 노리고 한 말 같다. 방위비 분담금 쪽에 아마 압박이 들어오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억 달러를 내라는 것은 좌파정부가 들어오면 이제 ‘코리아 패싱’한다는 뜻”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모두 같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文 “10억 달러 내도 찬성?” 安 “합의 끝나 돈 줄 일 없다”
입력 2017-04-29 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