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62) 작가는 시대의 반항아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때는 당시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출품해 일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세월오월의 작가’라는 대중적 브랜드까지 얻은 그가 소설 ‘난장’(에세이스트)을 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어릴 때 눈병이라도 걸리면 할머니가 손주인 저를 위해 정안수 한 그릇 떠놓고 웅얼웅얼 비나리를 하셨어요. 저게 바로 이야기다, 저걸 받아쓰면 소설이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 심정으로 이번 소설을 썼습니다.”
세월호 이야기를 소재로 했지만 실험적인 형식의 글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 간의 고독’을 연상시키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현실과 초현실을 종횡무진한다. 그러면서 판소리 사설처럼 문장에는 가락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28세 화가 오현주. 그는 권력을 독점하고 민중을 도탄에 빠뜨리는 세력인 ‘검은손’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검은손 무리에 쫓기던 오현주는 불암산 절벽에서 중랑천으로 뛰어내린다. 그곳에서 ‘투명하게 하얀’ 사람들의 행렬을 만난다.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원혼이었다. 이들은 자신이 죽어야할 이유를 몰라 청와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러 가기 위해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서해를 거쳐 올라온 것이다.
“청와대에서 사는 사람은 설거지도 안하고, 세수 목욕도 안하고, 똥도 안 싸는감? 우리는 그렇게라도 헌물 쏟아지는 구멍으로 기어들어가서 대통령을 결단코 만나야것어!”(25쪽)
일행은 청와대 화장실과 부엌 수챗구멍을 통해 청와대 진입에 성공한다. 청계천을 지나 청와대까지 가는 과정에 한바탕 놀이가 펼쳐진다.
소설에는 작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다. 청와대에 들어가 보니 대통령은 없고 웬 주사기와 비아그라만 많다. 청운동 안가에 있던 대통령은 이렇게 독백한다. “일곱 시간이 되려면 아직 4시간 48분이 남았다. 이 귀중한 시간 동안엔 아무도 우리를 절대 찾지도 연락도 할 수 없다.”(228쪽)
그림이나 글이나 거침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소설은 종래 시각적 매체로 표출하던 서사를 말로 드러낸 한판 큰썰(大說)인 셈이다.
작품 세계가 지나치게 직설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의 세월오월 걸개그림만해도 대통령을 닭이나 허수아비로 표현했다가 자진 철회했다. “은유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직설이 필요한 때도 있어요. 그게 문제가 돼서 커져 보일 뿐 제 작업의 100분의 1도 안될 겁니다.” 그는 “요즘 한 인간이 태어나 사랑하고 결혼하며 죽어가는 평생도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해 갖는 편견에 손사래를 쳤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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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난장’ 펴낸 홍성담 “직설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그건 내 작업의 극히 일부분”
입력 2017-05-0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