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개정·방위비분담금 인상 노림수

입력 2017-04-29 05:00
주한미군이 27일 경북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 배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의 전개 및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8일 ‘사드(THAAD) 비용 청구 발언’에 정부는 하루 종일 분주했다. 한동안 “진위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선 사드 비용 전가를 위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염두에 둔 ‘기선제압용’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뒤 “사드 전개 및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한·미 합의엔 변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청구 의지를 한국에 통보했다는 인터뷰에도 “미 측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안에서처럼 사실관계를 엄밀히 따져보지 않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조해온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안보 비용 청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연달아 거론한 것 역시 한국을 상대로 ‘수금’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는 당초 미군이 배치를 요청해온 사안이고, 지난해 사드 배치 합의가 이뤄졌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다시 이를 뒤집어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대신 한반도 위기 시 동원되는 전략자산 등 추가로 배치될 장비에 대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지렛대로 쓸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SOFA를 개정해야 한다. SOFA 제5조는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경비 관련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사드 배치 비용 역시 이 규정을 준용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개정이 현실화되면 핵실험 등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할 때마다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2019년부터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엄포성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 측은 그간 북한 위협 증가, 동맹의 징표 등을 이유로 매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항공모함 칼빈슨호, B-1B 폭격기, 핵잠수함 미시간함 등 핵심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보낸 만큼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일 차례라고 할 수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사드 배치를 계기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제기된 비용 부담 가능성을 소홀히 취급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그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통한 사드 운용비 부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해 왔다.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는 등 ‘한국의 필요’에 따라 배치를 서두른 것 역시 향후 협상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김현길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