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정의 달 5월이다. 특히 올해는 월초부터 기다랗게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진다. 본보는 이달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각양각색 문화 콘텐츠들을 분야별로 정리했다. 어딘가 멀리 떠날 수 없다면 가까운 공연장이나 영화관을 찾는 건 어떨까. 어쩌면 평생 잊을 수 없는 봄날의 추억을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5월을 맞아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 쏟아지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수많은 인파 속에 부대끼는 대신 극장에서 여유 있게 공연을 관람하면 어떨까. 어린 시절 경험하는 좋은 연극이나 음악회는 정서를 살찌우고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데 그만이다. 또한 공연장마다 페이스 페인팅과 체험프로그램 등 무료로 진행되는 부대행사가 많다.
애니메이션 주제가·클래식·국악 음악회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월E’ ‘몬스터 주식회사’ 등 유명 애니메이션의 OST가 오케스트라를 통해 라이브로 연주된다.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픽사 인 콘서트’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 대표작 14편의 영상을 보며 그 배경음악을 듣는 콘서트다. 픽사는 그동안 이들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로 아카데미상을 10번이나 받은 바 있다.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초연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한국 콘서트는 백윤학이 지휘하는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지난해 8월 개관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은 올해 처음 맞는 어린이날을 기념해 5∼6일 이틀간 ‘어린이날 음악회’를 연다. 디토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이번 공연은 롯시니의 ‘윌리엄텔 서곡’의 신나는 선율로 문을 연 뒤 지휘자 최영선의 해설이 곁들어진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으로 이어진다.
또 어린이 관객의 호응이 높은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를 리코더 연주자 염은초의 흥미진진한 해설로 들려준다.
5∼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의 ‘와우! 클래식 앙상블’이 펼쳐진다. ‘피터와 늑대’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가 연주된다. 피아니스트 이화경과 목소리배우 최정선이 참여한다.
흥겨운 국악도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어린이 음악회 ‘아빠사우루스’를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초연 당시 98.9%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한 인기작이다. 주인공 지우와 갑자기 공룡으로 변한 아빠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국악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베스트셀러 원작인 연극과 뮤지컬
국립국악원은 5∼7일 서울 서초구 국악원 예악당에서 어린이 국악극 ‘책먹는 여우’를 선보인다. 독일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베스트셀러 동화가 원작이다. 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책을 훔치다 감옥에 간 여우가 재밌는 책을 집필해 풀려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극단 가람이 제작한 동명의 어린이 뮤지컬에 국악 선율을 입혔다. 전래동요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를 작품 전체의 주제 선율로 설정해 어린이도 쉽고 재미있게 국악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시무용단의 무용극 ‘춤추는 허수아비’가 3∼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비트 댄스 코미디(Beat Dance Comedy)’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비언어 퍼포먼스의 특징인 강렬한 비트와 춤이 주를 이루되 코믹한 요소가 결합됐다. 대지의 요정으로부터 생명을 얻은 허수아비가 짝사랑하는 소녀 연희와 순박한 시골 사람들을 위해 부동산업자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독특한 감성을 안겨주는 연극도 주목할 만하다.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한 ‘엄마 이야기’가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이들극장에서 공연된다. 연출가 한태숙, 배우 박정자, 김숙희 아이들극장 예술감독이 손잡은 이 작품은 ‘죽음’을 소재로 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엄마의 강한 모성애를 그렸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아동극의 명랑한 분위기와 거리가 먼 것이 특징이다. 다소 슬프고 괴기스러워서 아이들이 어려워할 수 있지만 이는 제작진이 의도한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선 이런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깊이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길 권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어리이날 공연 풍성, 비행기표 안 부러워… 눈귀 즐거운 봄
입력 2017-05-01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