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1, 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경제민주화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두 후보를 포함해 5명의 주요 후보들은 공정위에 ‘전가의 보도’ 격인 전속고발권을 없애겠다고 약속한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고발 권한을 공정위만 갖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전속고발권의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 등 일부 기관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선에서 유지됐다. 조달청, 감사원 등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의 검찰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고발제를 도입했다.
공정위 위상 강화와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싼 기류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재계는 차기 정부에서 공정위 역할이 커질까 긴장한다. 문 후보는 4대그룹 등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전담하는 조사국 신설을 약속했다. 상시적으로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을 조사하려면 조사국이 필수라고 본다. 조사국은 김대중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2005년 사라졌다. 안 후보는 공정위의 독립성 강화에 무게를 싣는다. 공정거래 사건의 1심 재판부 격인 상임위원을 현재 5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임기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전속고발권 폐지다. 5명의 주요 후보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공정위의 대기업 봐주기를 근절할 수 있다고 본다. 해마다 검찰고발 건수가 줄어드는 등 공정위의 처벌이 약해지고 있다는 게 근거다. 공정위는 이명박정부 때 4대강 담합 사건에서 건설사들을 고발 조치하지 않았다는 ‘원죄’를 안고 있다.
공정위 내부에선 전속고발권 폐지가 불러올 혼란을 걱정한다. 조사 주도권을 검찰에 뺏길까 우려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28일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했을 때 법적 소송이 난무할 것”이라며 “세계 경쟁 당국 어디도 공정거래 사건을 중복 처리하는 구조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공정위, 검찰, 경찰 3곳에 고발했을 경우 3개 기관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려 발생하는 혼란을 막을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 대신 입찰담합행위, 하도급업체의 부당감액 등 고의성이 짙은 불공정행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 절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미국처럼 담합사건 조사권을 가져가려는 검찰 움직임 등과 맞물려 복잡한 고차방정식의 해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공약검증 리포트] ‘경제검찰’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한목소리
입력 2017-04-29 05:04 수정 2017-04-30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