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억 달러 사드 비용 청구’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한·미 간 이면 합의를 의심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미국과의 재협상을 강조하며 감정적 대응을 자제했다. 각 정당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정치적 손익계산에도 분주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한국에 이미 통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간 이면합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관석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방부는 그동안 사드 운용비용을 미국이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따르면) 사드 배치 결정은 처음부터 중대한 결함이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특히 한·미 양국 합의 내용을 밝힐 것도 요구했다.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선거 막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왔다”며 “사드 관련 입장을 바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오매불망 사드 배치 찬성만 외쳤던 보수 후보들은 10억 달러 청구서 앞에서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박근혜정부 때리기에 주력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 대변인은 “박근혜정부가 미국과 어떻게 협의했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문”이라며 “사드 운용비용은 합의에 따라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올해 초 사드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황인 만큼 미국에 대한 직접 비판보다는 양국 간 이면합의를 부각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은 사드 배치 국회 비준동의를 요구했고, 국민의당은 한·미 간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종일관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했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미국이 필요 없다는 물건을 야밤에 몰래 가져다 놓더니 청구서를 보냈다”며 “한국이 ‘코리아 패싱’도 모자라 ‘글로벌 호구’가 된 것은 정부의 줏대 없는 널뛰기 외교와 정치지도자들의 무책임이 부른 참사”라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은 “미국과 협상하면 될 문제”라며 파장 축소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좌파정부가 들어서면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이 급속히 와해될 수 있다”며 “강력한 우파 홍준표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대통령과 당당히 협상해 국익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미국을 설득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문재인 “사드 결정 중대한 결함” 안철수 “이면합의 땐 국회동의 필요”
입력 2017-04-28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