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으로 바뀌면 직장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향적인 저 자신이 너무 싫어요”라며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성격을 바꾼다는 것이, 뱃살을 빼는 것처럼 힘은 들어도 노력하면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콧대를 자기 의지로 더 높게 만들려 하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일까?
외향성과 내향성에는 근원적 차이가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타인과 어울리고 대화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빼앗긴다. 그래서 재충전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외향적인 사람은 이야기꾼이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고 섬세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서툴다. 결단이 빠르고 행동적이지만, 사려가 깊지는 못하다. 외향적인 사람의 주된 관심은 현실의 세상이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무척 힘들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평소 말수도 적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책 읽고, 음악 듣고, 글을 쓰면 행복하다. 할 일을 끝내고 운동하고 집에 가서 가족과 저녁 먹으면 그게 제일 좋다. 회식은 작은 통에 나를 억지로 우겨넣는 듯해서 고역이다.
예전에는 내향성을 나쁘게 여겼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향적인 나의 성향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름 장점이 많다. 혼자 일하는 것도 잘하고, 외로움도 덜 탄다. 굳이 옆에 사람을 두지 않아도 혼자서 즐길 거리가 많다. 깊이 사색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내향적인 사람은 원래 이런 걸 좋아한다.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하는 건 상당 부분 유전자가 결정한다. 내향적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척 행동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위축될 필요 없다. 문제 될 것도 없다. 사교적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세우지 마라. 말 잘하는 것도 좋지만 차분히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더 대접 받는다. 남들이 뭐라 하건 자기 본성에 어울리게 사는 것에 가장 행복한 법이다. 내향성이 가진 장점을 살려서 자기를 사랑하며 사는 것이 최고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감성노트] 내향성
입력 2017-04-28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