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개선에 ‘반짝 봄볕’… 내수경기는 온기 안 돌아
입력 2017-04-28 05:01
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에 전기 대비 0.9% 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1%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회복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호황에 힘입어 예상보다 선전했다.
하지만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수출 증가에 따른 선순환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민간소비가 주춤하고 있는 등 본격적인 내수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 대외적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어 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고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건설투자와 수출이 증가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건물 건설이 늘어 건설투자는 5.3%,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계류 투자로 설비투자가 4.3% 늘었다. 반도체 및 기계장비의 유출입이 활발하면서 수출과 수입도 각각 1.9%, 4.3% 증가했다.
수출 개선이 설비투자 확대, 건설투자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덕분에 제조업은 2.0% 성장하면서 2010년 4분기(2.2%) 이후 25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업 성장률은 4.0%로 2015년 3분기(4.2%) 이후 6분기 만에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 경제를 끌고 있는 수출의 호조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분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내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선행지수는 1분기 5.2% 증가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 10.7%로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주요국 경기회복과 유가 및 반도체, 디스플레이 단가 상승이 수출 회복세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서 수출 호조는 곧바로 성장률 상승으로 나타난다. 다만 대기업 집중화가 심해서 ‘바닥 경기’까지 덥히지는 못하고 있다. GDP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1분기 0.4% 증가에 그쳤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가 확 줄었다.
서비스업도 0.1% 성장에 그쳐 2009년 1분기 이후 32분기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이 각각 -1.2%, -0.8%로 뒷걸음질을 했다. 성장률과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가장 큰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에 1분기 소비심리 위축, 갤럭시S8 등 신제품 출시 전 구매 연기 등이 더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수출에서 시작된 온기를 내수로 불어넣으려면 새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이코노미스트는 “기로는 하반기”라고 내다봤다. 유력 주자를 중심으로 새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통상압박,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움직임은 불안 요소다. 1344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때문에 국내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데 한계가 있는 점도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