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어른들 ‘칼퇴근’ 하면서 ‘학습노동’은 나몰라라

입력 2017-04-28 00:03
‘주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 ‘연간 노동시간 2110시간에서 1800시간으로 단축’ ‘최소휴식 보장 및 최대 노동시간 규제를 통한 칼퇴근법 제정’….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대선 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주 7일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을 배려하는 공약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최근 서울지역 중·고등학생 4213명, 학부모 17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학생 33%, 일반고 학생 36%, 특목고 및 자사고 학생 51%가 일요일에도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원들이 일요일에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학원 자유화 이후 경쟁이 과열되면서부터입니다. 동네학원까지 시험대비 보충 등을 이유로 일요일에 문을 열기 시작했죠. 강사들은 주말까지 불려 다니며 혹사당했고 학원연합회가 일요일엔 무조건 쉬자고 합의했지만 일부 학원들이 이를 어기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과열경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입니다. 학부모들도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 시름합니다. 이 때문에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의 입장은 미온적입니다. 안철수 후보 측은 찬성했다가 철회했고 문재인 후보 측은 초등학생에 한해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후보들이 지나치게 학원업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실제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에 대한 학원 업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습니다. 2015년 7월에는 학원휴일휴무제 입법 발의를 위한 토론회가 예정됐다가 학원 측의 압력으로 아예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그간 진행된 설문조사들에 따르면 학부모 다수는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말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지요. 중학생 남매를 자녀로 두고 있는 김희경(43·여)씨는 “남들도 다 보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좀 말려줬으면 하는 생각에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전국의 학원이 휴일에 문을 닫고, 학부모들도 소모적인 경쟁을 멈출 때 학생들의 고통은 줄어들 것입니다. 후보들이 결단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