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 리포트] ‘10만∼131만개’ 새 일자리?… 실현 가능성 의문

입력 2017-04-28 05:00

19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주요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를 역점 공약으로 내세웠다. 적게는 10만개부터 많게는 131만개까지 일자리 창출 목표도 천차만별이다. 숫자뿐 아니라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낼지를 두고도 제각각이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등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내용도 곁들였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안은 모호한 편이다.

일자리 창출 목표 10만∼131만개

27일 현재 5명의 주요 후보 가운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제외한 4명은 일자리 숫자를 못 박고 있다. ‘일자리=숫자’라는 공식으로 일자리 해법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장 많은 목표치를 제시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50만개 등 모두 131만개에 이른다. 소방·경찰·사회복지 인력의 확충과 보육 등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 창출이 주축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 아이를 가진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 방식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131만개를 만드는 데 재정으로 5조100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지난 24일 있은 4차 TV토론회에서 소요 재원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치열한 논쟁을 펼치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건 안 후보는 숫자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인재 10만명을 육성하겠다는 점을 일자리 공약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보완책으로 청년층 고용을 돕는 ‘청년고용 보장계획’을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해 매년 청년 10만명에게 중소기업 취업 시 2년간 12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조3000억원 정도의 소요 예산은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을 조정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다. 강소기업 육성(50만개), 기술창업 활성화(28만개), 서비스산업 활성화(32만개)를 통해서다. 청년 취업을 위한 ‘청년취업패키지’ 등 기존 정책을 활용하고 규제를 완화해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유 후보는 구체적인 숫자 대신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칼퇴근법’을 도입해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늘린다는 복안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청년 의무고용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청년층 고용 의무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올리고, 이를 300인 이상 민간기업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24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정규직 축소’는 한목소리

5명의 후보 대부분은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인상, 임금격차 해소, 근무시간 단축을 꼽았다. 문 후보는 신규 비정규직을 제한하고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비정규직 남용 개선에, 홍 후보는 비정규직을 줄이는 기업에 법인세 인하라는 인센티브를 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유 후보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 자체를 제한하고, 민간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총량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공공기관·대기업의 비정규직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은 1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주류를 이룬다. 안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와 유 후보, 심 후보는 2020년까지 단계적 인상을 목표로 했고, 홍 후보는 임기 이내라는 단서를 달았다.

임금격차 해소 부문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동일한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60% 수준인 대기업 임금 대비 중소기업 임금(신입사원 기준)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위 임원의 보수 제한으로 저임금 근로자 임금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근무시간 단축에서도 홍 후보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52시간을 전제로 어린아이 부모의 오후 4시 퇴근, 연간 1800시간 근로, 최소휴식시간보장제, 5시 퇴근법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대선 후보 정책검증교수단에 참여한 이석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공부문 확대나 재원 부담을 고려하지 않으면 경제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는 공약들이 있다”며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취약한 부분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