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계획 전면 백지화

입력 2017-04-27 18:23 수정 2017-04-27 18:37
올해 1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27일 '지주회사 체제전환 백지화'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 강민석 선임기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철회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더 이상 없다는 걸 공식화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일부 주주의 지주회사 전환 요구에 6개월간 검토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 이 부회장도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봤다. 이 부회장이 0.6% 지분으로 삼성전자를 장악하기 위해선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된다는 시나리오였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 부회장이 지분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정점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삼성전자로선 지주회사 전환 논의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인식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지주회사 전환 논의를 중단해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또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주들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고 지주회사 관련법에 의해 여러 가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13.3%가량으로 약 40조원 규모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무리하게 승계 작업을 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외부에 천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인수합병, 우수 인력 확보 등을 위한 재원으로 쓰기 위해 자사주를 보유해 왔으나 보유 현금이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고려해 소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됐지만 이 부회장의 역할과 위상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등기이사가 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만 인수처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안목과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과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리더가 이 부회장이라는 건 주주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