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홈그라운드에서… 해외 안 나가는 트럼프

입력 2017-04-28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무부에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그는 또 이날 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탈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왜 외국 방문에 나서지 않을까. 그는 취임 100일이 다 되도록 해외로 나가지 않았다. 다음달 29∼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첫 외국행 일정이다. 4개월 넘어서야 국경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첫 해외 방문 시기가 늦었고, 횟수도 턱없이 적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100일 전까지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라크 등 총 9차례 해외 방문길에 올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캐나다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을 현안이 불거진 지역에 보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던 지난 16일 이후 펜스 부통령은 한국과 일본, 호주를 방문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2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이달 초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다.

그사이 각국 정상들은 줄줄이 미국을 다녀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일 만에 방미했다. 2월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3월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4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서 트럼프를 만나고 갔다.

이를 두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든 외교와 대외경제 정책을 ‘미국의 이익’ 중심으로 새로 짤 테니 다급하면 미국으로 와서 얘기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또 자신은 큰 흐름만 챙기고 나머지는 주변 참모들에게 맡기는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해외 정상을 직접 만나기보다 전화 통화를 적극 활용하는 등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것도 기업인 마인드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일각에선 국내에서 워낙 일을 많이 벌여놓은 데다 해외에서 도통 인기가 없기 때문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