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초등학생들은 객관식 시험을 치지 않게 된다. 부산시교육청은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를 전면 금지한다고 27일 밝혔다. 시·도 단위에서 객관식 평가가 금지되는 건 처음이다. 4지 선다, 5지 선다형으로 대표되는 객관식 평가로는 소통과 협업, 창의적 사고 등이 강조되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전국 모든 초등학교는 학교 재량에 따라 객관식 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선택 가능한데, 교육청 차원에서 금지하는 조치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27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부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문항 출제를 금지하고 서술 논술형 문항만 출제토록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입식 암기식 정답 고르기식 교육으로는 변화무쌍한 복합융합사회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교육청은 내년 전격 시행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부터 10개 학교를 선정, 객관식 시험 없는 시범학교를 운영한다. 교육청은 학부모 의견 수렴, 평가기준 마련 등을 위해 6월부터 공청회·설명회를 연다. 7, 8월에는 평가전문가 연수를 실시하고 9월부터는 시범학교에 교과별 성취기준 중심의 다양한 서술·논술형 시험 문항을 제공키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도 전국의 초등학교들은 중간·기말고사와 같은 객관식 시험을 보지 않고 있다. 학교 재량에 따라 수행평가를 100% 하도록 열어놨으며 학교생활기록부에도 학업 성취도를 서열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학교 재량에 따라 객관식 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들이 학부모 요구에 따라 객관식 지필평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전면 금지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객관식 평가로 학생 서열을 매기는 교육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평가 공정성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중·고교 내신 평가 등에서 객관식 출제가 이뤄지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객관식 평가는 초등학생에게 단순 지식을 습득시키는 효과적인 방식일 수 있다. 기본적인 지식을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지나치게 과정 중심의 평가만을 강요하면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객관식 평가와 서술형 평가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교육청이 지나치게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부산 초등생 시험, 전부 서술형으로
입력 2017-04-2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