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은 현재의 중소기업청을 정부부처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이구동성으로 발표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하드웨어’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각 후보의 공약이 모호하고 실천 의지가 부족하다고 혹평한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또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납입자본금 기준(현행 50억원)을 낮추고,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에 개인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대기업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범정부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중소기업부’ 신설을 내걸고 2022년까지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R&D) 예산 10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창업중소기업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국책연구기관을 중소·중견기업 전용 R&D센터로 활용해 연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직업훈련과정에 있는 구직 청년에게 매월 30만원을 6개월간 지원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고충처리위원회’를 신설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소기업 민원을 수렴하겠다는 생각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상 모든 불공정 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이미 넘친다. 오히려 다양한 지원정책 때문에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피터팬 기업’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소기업을 옥죄는 대기업의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려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
중소기업학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각 대선 후보가 중소기업 관련 공약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대선 때마다 중소기업부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로 이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중소기업부가 담당할 업무의 윤곽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설치에 대한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공정위가 경제 검찰로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계 의견이 충분히 공정위의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국민일보 대선 후보 공약평가교수단=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평가교수단장),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경희 서울문화예술대 상담심리학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김선근 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김수정 서울문화예술대 사회복지학과, 신두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안성수 창원대 행정학과,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석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조승현 전북대 행정학과, 최임광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총 16명·가나다순)
[공약검증 리포트] 단골공약 “중소기업부 설치” 이구동성
입력 2017-04-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