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압박과 함께 협상 문도 열어놓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

입력 2017-04-27 17:22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6일(현지시간)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그런데 출범 이후 선제타격을 비롯한 모든 옵션 검토, 핵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배치,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등을 구사해 오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강력한 제재는 하되 협상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대응으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중대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백악관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대북정책 브리핑을 가진 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은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동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의 외교적 조치를 추구함으로써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핵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한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도 했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알려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경제 제재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을 폐기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협상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3년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래 미국이 외교안보부서 장관 명의의 합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문제를 매우 위중하다고 보고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는 점을 방증한다.

대북 기조를 공식화함에 따라 앞으로 미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방국인 한국, 일본은 물론 중국 등과도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뒤에 출범하는 대한민국의 새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게 당면 과제가 된 것이다. 장기간 지속된 국정 공백을 하루빨리 메우는 동시에 미·중의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집권 직후 가동할 외교안보 프로그램을 지금부터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북한과 중국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를 허투루 듣지 않기를 촉구한다. 우선 북한은 상황을 절대 오판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협상’이라는 단어를 포함시켰다고 해서 핵무기를 계속 개발해도 된다고 여긴다면 큰코다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성명에서 핵과 탄도미사일을 본토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명시했다. 자국 안보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다. 핵 개발을 하면서 미국과 협상할 생각은 아예 갖지 않는 게 좋다. 중국도 이번만큼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영구 포기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은의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수록 중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