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훈풍 반갑지만 경계심 늦춰서는 안 돼

입력 2017-04-27 17:22
우리 경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지표와 실물 모두 봄기운이 완연하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전 분기보다 0.9% 늘었다. 이는 작년 4분기 0.5%보다 0.4% 포인트 높은 것이자 작년 2분기(0.9%) 이후 3분기 만에 최고치다.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가 나오면서 한국경제가 불확실성을 떨치고 순항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깜짝 성장의 견인차는 수출이었다. 수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장비,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1.9% 늘었다. 작년 4분기 -0.1%를 기록한 후 뚜렷한 반등세다. 수출 증가율은 2015년 4분기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경제 상황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열기도 뜨겁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6년 만에 2200선을 돌파했다. 조정국면을 거칠 수 있겠지만 수출과 기업 실적, 외국인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당분간 강세 기조를 이어갈 조짐이다.

1분기 경제 성적이 좋았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팎의 여건이 엄혹하기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섣부른 낙관은 삼갈 것을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장기간의 위축에서 벗어나 확장적 선순환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더딘 내수 회복세는 해결이 쉽지 않은 숙제다. 자영업자들이 대다수인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소비 부진의 직격탄에 비틀거리고 있다. 수출 증가가 본격적인 내수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서민들은 경기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수출 대기업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들지 않는 것이다. 1300조원대의 가계부채 실태와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통상 압박 역시 한국경제의 뇌관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이후다. 정쟁을 일삼으면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 진력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경기 봄바람이 큰 불씨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