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유세 현장에서 당 지도부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다른 정당과 달리 유 후보는 나홀로 유세를 펼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유 후보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후보 단일화와 사퇴 여부가 대부분이다. 지방 의원들의 자유한국당 복당 소식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마저 탈당설을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까지 내몰렸다. 어려운 때일수록 조직의 어두운 민낯이 잘 드러나는 셈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내걸고 한국당과 갈라섰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은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신선하기까지 했다. 유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돋보이는 언변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유 후보의 지지율은 5%대에 머물고 있다. 텃밭인 대구에서조차 3강에도 끼지 못한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어 선거 비용 전액을 돌려받는 15%를 향해 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바른정당 지지율도 참혹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이후 당의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신세다.
유 후보와 바른정당은 창당 이후 새로운 보수의 길을 찾기 위한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책과 인물 경쟁에서 우월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슈 선점에도 실패했다. 보수의 주요 가치인 책임과 헌신도 없었다. 대안 보수정당으로서의 자리매김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과거 보수 정당과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니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유 후보와 바른정당은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확고한 안보,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정당, 국민통합 정당이 그것이다. 보수층은 정권 재창출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 대선 이후 보수의 갈 길을 찾는 데 게을리해선 안 되는 것이다. 건강한 보수의 면모를 보여줄 때 대선 이후도 기약할 수 있다. 보수의 책임을 역설해온 ‘유승민다움’을 기대한다. 아름다운 패배도 승리 못지않게 의미 있다.
[사설] 휘청이는 바른정당, 기본에 충실할 때다
입력 2017-04-27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