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수업에 덜컥 등록부터 하고 가보니 신나게 못질 탕탕 하는 일이 아니다. 주목장 기법이라고, 못을 쓰지 않고 홈을 내서 짜맞추는 일이다. 그러니까 나무판 끝에 손가락 마디 같은 것을 만들어 두 판을 맞물려 끼우는 것이다. 지금 한번 손가락을 구부려 양손을 맞물려 보시기를. 그렇다. 반듯하게 자르는 것도 아니고 그런 각도가 나오도록 세심하게 깎아내야 한다.
다른 학생 하나와 함께 작은 나무판을 가지고 연습을 했다. 1㎝, 2㎝ 너비로 번갈아 연필로 세심하게 표시를 한다. 연필심은 아주 가늘어야 한다. 시시때때 깎아줘야 한다. 나는 휴지를 깔고 아무리 심을 갈아도 뭉툭하기만 한데, 저 학생은 그냥 휴지통 위에서 칼을 휙휙 몇 번 휘두르니 마치 바늘처럼 날카로워진다(나도 이제부터 그렇게 깎기로 했다!). 나는 그렸다 지웠다, 직자 집었다 삼각자 집었다, 이 끌 대봤다 저 끌 대봤다, 아우성을 치면서 두 타임에 걸쳐 간신히, 그것도 선생님이 연성 도와준 덕분에 완성했는데 그 학생은 한 타임 만에 가뿐히 끝냈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니, 이거야 원! 같은 나무 맞아? 싶다. 저기다 더 좋은 나무 주신 거 아니냐고 나는 선생님한테 트집을 잡았다.
뭐든 대충, 엄벙덤벙, 건성으로 해 넘기는 내가 제대로 걸렸다. 이걸 튼튼하고 예쁘게 맞추자면 아주아주 정밀하게, 섬세하게 해야 한다. 1㎜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다. 1㎜가 뭐냐, 0.1㎜도 크다. 자를 똑바로 대고! 연필심은 수시로 바늘처럼 갈아야 하고! 선 한 번 그을 때마다 각도 확인하고! 시작은 그렇게 하지만 진도 나가다 보면 어느새 흐트러지니 계속 나를 추슬러야 한다. 눈이 빠질 지경이다.
밑그림이 이러니 톱질 끌질은 더 말해 뭐하겠는가. 좌탁 하나 만드는 일도 이럴진대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은 어떻겠는가. 요새 대선 주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1㎜를 재고 따지게 된다. 말로 큰그림 던지는 거야 누가 못하랴. 실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뭉개져 나오는지는 1㎜에 좌우된다.
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그래픽=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1㎜ 차이
입력 2017-04-27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