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상 최대 훈련 하루 뒤… 南, 대규모 화력시위

입력 2017-04-27 05:02
북한이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 해안에서 실시한 인민군 창건일 85주년 ‘군종 합동타격시위’ 훈련에서 대구경 자행포(자주포)들이 포탄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인민군 건군 사상 최대 규모 훈련이 진행됐다고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한·미 양국의 기동·포병부대와 공군 전투기가 참가한 가운데 26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다연장로켓(MLRS)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5년마다 실시됐던 훈련은 이번에는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해 1년8개월 만에 실시됐다. 뉴시스
남북한이 하루 시차를 두고 대규모 화력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25일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이른바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한 데 이어 26일에는 우리 군이 9번째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선보였다.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양측이 재래식 화력전을 통해 기싸움을 펼쳤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인민군 창건 85주년인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건군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진행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타격시위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이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 북한군 수뇌부가 총집결했다.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도 김일성 주석 생일 열병식에 이어 열흘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타격시위에는 대구경 자행포(자주포) 300여문을 비롯해 잠수함, 항공기 등 북한의 재래식 첨단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가상의 ‘적 함선’과 ‘목표 섬’인 무인도를 향한 잠수함 어뢰 공격, 수호이-25 폭격기 등의 공습에 이어 자행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구체적인 공격 대상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해역에 배치된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을 가상 목표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최전방에 배치된 포병전력을 수㎞ 해안이 뒤덮이도록 동원해 수도권이나 서북도서에 즉각 보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시위’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한·미에 보다 분명한 정치적·군사적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3월과 12월 같은 장소에서 실시한 화력훈련에 각각 ‘장거리포병대집중화력타격연습’ ‘포병대집중화력타격연습’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중의 압력 증대에 따른 내부 결속 의미도 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시위라는 표현은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6일에는 한·미 연합군이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실시하며 맞불을 놨다. 한·미 연합군 2000여명과 250여대의 장비가 훈련에 참가했다. 우리 군에선 지난해 5월 실전 배치된 아파치 헬기를 비롯해 K-9 자주포, 130㎜ 다연장로켓, K-2 흑표전차, F-15K, KF-16 등을 투입했다. 주한미군도 아파치 헬기, M1A2 전차, A-10 공격기, 다연장로켓을 동원했다.

훈련은 북한군의 기습 남침을 가정해 이뤄졌다. 한·미 연합군이 즉각 반격해 북한 장사정포와 미사일 기지, 전쟁 지휘부 등을 파괴하고 목표 지역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로 짜였다.

1977년 6월부터 실시된 통합화력격멸훈련은 2015년 8월까지 8번 열렸다. 보통 대통령 임기 5년 내 한 번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대북 억제력 강조를 위해 1년8개월 만에 실시됐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한민구 국방부 장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훈련을 참관했다.

김현길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