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처럼 가볍고 편안한 ‘스마트 로봇의족’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발목의 움직임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모사(模寫)해 실제 걷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르면 내년 기존 수입제품의 5분의 1 가격으로 국내 상용화가 가능해 무릎 아래가 절단된 장애인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한국기계연구원 의료지원로봇연구실 우현수 박사팀은 발목 회전력을 최적으로 자동 조절해주는 ‘발목형 로봇의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로봇 의족의 무게는 실제 발목과 비슷한 1.4㎏이다. 발목 관절을 30도까지 움직일 수 있어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다. 발목 회전력의 크기를 뜻하는 출력 토크는 사람이 바닥을 찰 때 내는 순간적인 최대치인 150뉴턴미터(Nm)를 낸다. 실제 걸을 때 발로 땅바닥을 차는 반동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의족에 장착된 통합구동모듈에 충전식 배터리로 작동하는 회전 모터와 센서, 감속기 등이 들어있다. 연구진은 3D 모션캡처 시스템 등 다양한 측정을 통해 착용자의 보행 동작을 정밀하게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최적화된 맞춤형 보행모델을 개발했다. 로봇의족은 착용자의 보행 속도와 지면 경사도를 순간적으로 측정하고 출력토크를 자동 조정해 자연스런 보행을 하도록 돕는다. 배터리만 하루에 한 번씩 갈아주면 된다.
기계연 이용구 선임연구원은 “국내에 나와 있는 대다수 수동 의족은 동력 없이 고정돼 있어 단순히 나무 모형을 덧댄 것과 같고 출력토크는 거의 제로(0) 수준”이라면서 “로봇의족은 착용자의 발걸음에 따라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힘을 조절해 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바이오닉스의 로봇 의족(BioM)은 기계연이 개발한 로봇의족과 비교할 때 발목 회전력의 크기는 같지만, 무게는 1.8㎏으로 더 무겁다. 우 박사는 “발목 동작 기능 조건을 만족하는 동시에 로봇의족의 높이를 기존에 비해 44%나 낮춰 절단 부위가 낮은(발바닥에 가까운) 환자들도 착용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3월부터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에서 사고로 왼쪽 발목을 잃은 남성(47)에게 로봇의족을 착용시켜 효과를 측정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통합구동모듈의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 대당 판매가를 1500만원까지 낮췄다. 해외 판매 제품은 대당 8000만∼1억원에 달한다. 우 박사는 “지금까지 로봇의족을 쓰고 싶어도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국내 환자들의 재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한국형 ‘로봇의족’ 나온다… 다시 걷는 희망 ‘성큼’
입력 2017-04-2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