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다음달 16일 회사와 정식 노사협상을 벌인다.
알바노조 맥도날드분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맥도날드와 단체교섭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맥도날드는 이 분회를 대표단체로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내에서 알바생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조가 기업과 단체교섭을 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에 처음 단체교섭을 요구한 시기는 지난해 2월 28일이었다. 맥도날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알바노조는 공문을 보낸 다음날부터 1주일 단위로 모두 7차례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래도 맥도날드는 침묵을 지켰다.
알바노조에 가입한 아르바이트 직원 10여명이 정식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0일 본사 앞에서 ‘알바노조 소속 맥도날드분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르바이트생들은 맥노예라 불릴 정도로 힘든 노동에 시달린다”며 “맥도날드와 단체교섭할 노조를 공식 출범한다”고 선언했다.
맥도날드는 2주 후 알바노조에 “분회에 맥도날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조합원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아르바이트 직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확인되자 맥도날드는 “법으로 보장된 노조활동 권한을 존중하며 합법적인 단체교섭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옥순 국제식품연맹(IUF) 관계자는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에선 이미 맥도날드와 노조가 단체교섭을 맺었다”며 “이번 교섭으로 알바노조가 지난 몇 년 동안 지적해온 문제들을 풀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한국맥도날드에 알바노조가 결성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1만5000여명의 직원 중 2명이 2014년 알바노조에 가입했다. 알바노조는 이때부터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들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 한마디에 해고되는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하며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맥도날드가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고 17분30초 안에 고객에게 배달을 마쳐야 하는 방침을 정해놔 아르바이트생들이 산재에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바노조와 초기 가입자들이 꾸준히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낸 이들이 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알바노조 조합원이 맥도날드로 일터를 옮기기도 했다. 현재는 13명이 분회에 소속돼 있다.
알바노조는 단체교섭에서 시급 인상과 노동기준 준수, 정규직 매니저의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맥도날드가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며 “아르바이트생뿐만 아니라 매니저라 불리는 정규직도 분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오주환 권중혁 기자 johnny@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알바노조, 맥도날드와 첫 단체교섭
입력 2017-04-2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