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사드 장비 배치 왜?… 거세지는 북핵 위협·대선 이후 변수 고려한 듯

입력 2017-04-26 18:15 수정 2017-04-26 21:00

예상보다 빠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대선을 앞둔 불안정한 국내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성급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북한의 도발 위협이 완화된 것이 아니다”며 사드 조기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105회 생일(15일)과 인민군 창건일(25일)이 몰린 4월 들어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은 언제든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핵·미사일 전력 강화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미의 대북 억제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서두를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사드 배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후보들 의견이 서로 다르고, 사드 배치를 다음 정권이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사드 장비를 조기 배치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할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습적인 장비 배치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드 배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공언해온 주한미군과 국방부의 신뢰성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여러 차례 “사드 배치를 가능한 한 서두르겠다”면서도 올해 중반기쯤을 사드 배치 시점으로 전망했다. 국방부도 “환경영향평가와 미군의 설계 수립, 기반시설 조정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대선 전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부인했었다.

앞서 사드 배치 결정도 충분한 공론화 없이 전격적으로 결정됐고, 부지 선정 과정에서도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사드 장비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과정도 비밀이었다.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용역을 시작했지만 정상적인 평가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엄격히 이뤄져 왔다. 미군기지 반환 시 원상태로 복원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소규모 지역을 미군에 공여할 경우 단축된 형태로 진행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방부 장관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국방부는 환경부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하고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지만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절차를 제대로 규정하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와 비판을 사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