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오픈을 하루 앞둔 26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1층. 정문으로 들어서자 도심 속 숲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매장 곳곳은 봄을 알리는 초록의 나무, 담쟁이덩굴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중앙에는 계단형 좌석이 마치 야외 콘서트홀처럼 자리하고 있었고 벽에는 책장에 빼곡히 들어선 책을 그림으로 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이 공간의 이름은 ‘어반 포레스트’다. 도심 속 숲처럼 휴식을 주는 공간이자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마트의 기본은 매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물건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계산대와 그 너머로 보이는 상품 배치 공간이 가장 먼저 들어오던 기존 매장과 달리 아예 물건을 파는 공간을 없앴다. 정문 입구 왼쪽에 작게 자리 잡은 ‘공정무역가게’를 제외하곤 진열대도 계산대도 없다. 당장의 매출을 포기하는 대신 지역 주민들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이 같은 실험은 오프라인 유통점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과거 다양한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대형마트가 유통업계 최대 강자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이커머스와의 경쟁까지 심화되며 위기를 겪고 있다.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오프라인 유통점의 경쟁은 ‘고객의 시간을 가둬놓을 수 있는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팔아도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서울에서 1만㎡ 이상 대형 단독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2005년 6월 구로점 오픈 이후 처음이다. 서울양평점은 1만3775㎡,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단독 건물로 문을 연다. 이 지역 상권은 서울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반경 3㎞ 안팎에 10여개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고 코스트코 양평점과 홈플러스 영등포점과는 각각 거리가 120m, 820m에 불과하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이 지역 상권에서 롯데마트는 아예 다른 콘셉트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핵심 가치를 ‘판매’가 아닌 ‘휴식’으로 정한 만큼 유통업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시도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해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는 ‘익스프레스 에스컬레이터’(2개층을 가로지르는 방식)도 도입됐다. 이밖에도 육아 시기별 상품을 제안하는 ‘베이비저러스’, 장난감 전문 매장 ‘토이저러스’, 홈인테리어 생활 매장 ‘룸바이홈’, 주방용품 전문 매장 ‘룸바이홈 키친’, 애완용품 전문매장 ‘펫가든’ 등 전문점들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들어선다. 식품 층에서도 원재료만 파는 것이 아니라 조리 과정을 보여주고 음식을 바로 즐길 수 있는 방식의 별도 존이 마련됐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고객이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매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대형마트, 고객이 쉬고 머무를 곳으로 변신하다
입력 2017-04-26 18:35 수정 2017-04-26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