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선거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상식과 룰을 파괴하는 행보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실제로 취임 후 반이민 행정명령, 멕시코 장벽 건설 추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 시리아 폭격 등 파격을 거듭해 왔다. 물론 미국의 권력 견제 시스템에 의해 극단적인 정책은 대부분 좌초됐지만 해외 각국은 트럼프의 위력에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다. 그는 또 ‘공약 뒤집기’와 ‘원칙 실종’이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를 사업가적 유연함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서서히 감을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기 100일 파격의 연속=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다른 형태의 대통령직을 수행한다”고 했듯 행정부 인사와 각종 대내외 정책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우선 자신의 큰딸인 이방카에게 ‘백악관 보좌관’이란 직함을 줬고, 사업가 출신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발탁했다. 내각에 재계 출신 인사를 대거 기용한 것도 파격이다. 석유 재벌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국무장관에,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임명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골드만삭스 출신이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대표를 지냈다. 토드 리케츠 상무부 부장관은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의 구단주다.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르며 수시로 오가는 것도 상식과 괴리된 장면이다. 그는 임기 3분의 1일을 이곳에서 보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의 정상회담도 마라라고에서 가졌다.
◇‘롤러코스터’ 외교정책에 각국 긴장=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신고립주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미군은 지난 6일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이어 13일에는 아프가니스탄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실전에 사용된 최대 위력의 재래식 무기인 ‘모든 폭탄의 어머니(GBU-43)’를 투하했다. ‘고립주의’를 폐기하고 ‘개입주의’로 선회한 것이다.
또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무용지물이라고 비난하더니 최근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라고 옹호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정반대로 바뀌었다. 취임 초기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한 반면 러시아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및 시리아 폭격을 기점으로 기류는 완전히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끊임없이 시 주석을 치켜세우고 있다. 최근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시 주석을 좋아한다. 도와줬는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건 협상의 기술이 아니다”며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도 유보했다. 반면 러시아에 대해선 “역대 최악의 관계인 것 같다”면서 멀리하고 있다. 이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러시아 내통 의혹’ 때문에 의도적으로 러시아와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 문제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트럼프는 당초 북한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지난 2월 1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이후 태도를 확 바꿨다. 곧바로 미국 안보의 중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정부에선 ‘선제타격’ ‘체제전복’까지 거론됐다.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대북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을 어르고 달래면서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 중국도 전례 없는 미국의 압박에 북한에 원유공급 중단까지 거론하며 호응했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에 북한은 인민군 창건일인 지난 25일로 예상됐던 핵실험 등 도발을 하지 않으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달라진 대북정책으로 한반도 위기는 역대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트럼프 100일] 본 적 없는 ‘롤러코스터 리더십’… 당혹스런 세계
입력 2017-04-27 05:00